미국 국방부 고위관리가 18일 밝힌 주한미군과 관련된 입장표명은 다음달 본격화될 한.미동맹 재조정 테이블에 오를 의제와 일정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우리 정부는 19일 조영길 국방장관이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대사를 만나 미국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 주한미군 철수 "한국 정부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그 것은 곧 한국민의 뜻이어서 미군은 내일이라도 철수한다"는게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말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내 반미 감정에 대한 섭섭함이 내재된 '엄포성' 발언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안이다. 한국의 지배적인 여론 추이가 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 데다 수평적인 한.미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미군 철수와 감축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조영길 국방장관도 지난 7일 국회 국방위 보고에서 "한.미는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논의를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다"면서 철수나 감축을 원하지 않음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측의 이번 발언으로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는 아니더라도 감축 논의가 이미 협상 테이블에 오른 셈이 됐다. ◆ 미2사단 한강이남 재배치 미 국방부 고위관리는 의정부와 동두천에 주둔한 2사단의 시설이 매우 낡았고 주변에 아파트와 집들이 많아 유사시 한국 방위를 위해 신속히 이동할 수 없다며 한강 이남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동.스커드 미사일 시대에 기계적인 인계철선(trip wire)의 개념은 잘못된 것"이라며 미군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인계철선 개념에 구속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현대전은 전.후방이 따로 없어 적의 침공시 자동개입을 의미하는 인계철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미군이 기지 재배치를 어떻게 하든, 미군의 전쟁 억지력 저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고건 총리의 말과 표현 각도는 다르지만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될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공동협의에서는 미2사단 한강이남 배치가 기존의 인계철선 개념에 묶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용산기지 이전 한.미 양국은 올 연말까지 이전을 위한 상세 계획을 마련키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고위관리는 18일 "용산에서 빨리 나와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 기지 이전 사업을 앞당긴다는 뜻이다. 이 고위 관리는 심지어 "앞으로 몇달안에 장소를 선택하고 병력 이동을 시작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당초 5~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 용산기지 이전 사업은 다른 어떤 현안보다도 빠르게 진척될 전망이다. 후보지로는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진 오산이나 평택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