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개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북한의 행보가 주목된다. 핵문제가 불거진 작년 10월이후 미국과의 대치 강도를 높여온 북한이 이라크전개전으로 인한 `불안정한' 상황에서 핵처리시설 가동 또는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의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8일 "북한은 핵재처리시설을 가동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이 핵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정치대화와 외교해법 찾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북한은 "이라크 전쟁은 조선전쟁의 예비전이 될 것"으로 보고 "미국은 올들어 대 이라크 전쟁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왔다. 북측은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비난은 자제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미국-이라크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자제해온 것은 미국을 필요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라크 전이 시작되더라도 큰 액션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2001년 10월 아프간 전쟁을 전례로 볼 때, 미국의 선공으로 이라크전이 시작돼 우리측에 전군비상경계령이 내려질 경우 북측도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프간 전쟁 당시 북측은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로 불안정한 (남측)지역에 갈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남북 당국간 행사를 중단시킨 바 있다. 따라서 이라크전이 개전되면 북측은 이번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새정부들어 처음으로 열릴 제10차 남북장관급회담(4월7∼10일, 평양)은 물론 4월중으로 예정된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 개최도 장담할 수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특검법이 정식 공포된 것에 강력반발하는 북한으로선 이라크전 개전이 남북 당국간 회담을 무산시키거나 연기시킬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또 지난 4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2일 종료될 한미 독수리연습(FOAL EAGLE)과 19일부터 26일로 예정된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을 위해 한반도에 배치된 '비밀병기' F-117A 스텔스기, 9만5천t 니미츠급 핵 항모인 칼 빈슨호,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춘 2만t급의 구축함 빈센스호 등은 한미훈련후에도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전으로 인해 발생한 한반도의 전력공백도 메우고, 이라크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미 본토보다는 한반도 주둔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북한전문가는 "미군의 한반도 전력증강이 북측으로선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북측이 이런 군사환경변화에 맞서 휴전선에 배치된 전력을 크게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라크전이 시작되더라도 북한이 핵재처리시설을 가동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런 행동을 `금지선(Red-line)'으로 여기고 있는데다, 특히 핵재처리는 곧 플루토늄을 확보해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져 북한이 이를 강행할 경우 남한은 물론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의 반발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핵재처리는 `핵개발은 오직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라는 그간의 해명을 무색화시킬 뿐더러 핵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 카드'을 잃게 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은 이라크전을 마무리짓고 북핵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때 미국은 군사적 해결책보다는 협상방식을 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핵재처리와 장거리미사일 카드는 유리한 협상환경 조성을 위해 여전히 유효한 카드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쉽게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 1월10일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탈퇴선언 이후 IAEA(국제원자력기구) 탈퇴, 8천개 폐연료봉 이송, 영변 5㎿ 원자로 재가동, 2차례에 걸친 실크웜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긴장관계를 높여왔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