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간 9일청와대 만찬에서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한 '조건부 거부권' 행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11일로 예정된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행대행과의 회동을 앞두고 여당내 의견수렴 차원에서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자리를 마련한 것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당내 의견은 노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와대 만찬에서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14일까지 노력해도 타협이 안되면거부권 행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정국경색을 막기 위해 조건부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도 "내용, 범위, 기간 등을 놓고 야당과 협의해 보고받아들이지 않으면 조건부 거부권 행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신주류의 좌장격인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도 "거부권 행사 문제는 단선적으로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먼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주류인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역시 "대야관계를 고려하면 조건부 거부권도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특검법안에 대해 무조건적인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여야관계 악화 등으로 향후 노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특검법안의 수정을 전제로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민주당에선 외교적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복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한나라당도 국익을 고려해 여야간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해 박 대행과 특검법수정 문제를 논의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특검법 수정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노 대통령과 박 대행간 대좌에서 절충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박 대행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만약 회담에서 특검법 얘기가 나온다면 내 입장은 확고하며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민주당이 국익훼손 운운하며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거부권을행사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들을 기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로선 거부권 행사를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4일로 시한이 다가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는 결국 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되며, 특히 여론의 향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