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북송금'사건이 국회의 특검법 처리를 계기로 특별검사의 수사에 맡겨질 공산이 커졌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사실상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법안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청와대나 민주당 신주류측에서도 특검의 불가피성을 인정해 왔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결국 특검 수사를 통해 규명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송금 사건이 특검수사로 넘겨지면 지난 99년 옷로비 사건,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이용호 게이트 사건에 이어 사법사상 네번째 특검이 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특검법의 통과로 새정부 들어 첫 여야 대치 국면에서 비록 원내과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긴 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킴으로써 일단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내 결속을 강화하면서 당 개혁안 논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란의 소지를 다소 잠재우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이와 함께 특검 수사 과정을 통해 대북사업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내년 총선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한 새정부에 대해 공세의 소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새정부 출범 초기부터 총리인준안을 제쳐놓은 채 타협과 상생의 정치를 외면하고 원내 과반을 장악한 제1당의 '힘'으로 국회 운영을 밀어붙이는 구태를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법을 반대해온 동교동계를 비롯한 구주류측과 특검 불가피 입장을 보여온 신주류측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여야 협상과정에서 '특검불가'라는 강공입장을 견지해 한나라당에 특검안 제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정균환 총무 등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 등 향후 심각한 당내 권력투쟁도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초기 여소야대의 한계를 절감한 민주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개혁 박차 등의 명분을 얻어나갈 경우 정계개편 촉발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