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은 노무현 후보가 지난해 말 대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새로운 생각을 가진 세대로 권력이 교체되게 됐으나 북핵문제로발생한 한반도 위기 등 급박한 난제들 때문에 노 대통령이 25일 열린 취임 축하를즐길 여유가 없게 됐다고 논평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SZ)은 "한국 대통령 취임식장은 기나긴 외교협상의 출발 마당이 됐다"면서 "노 대통령이 취임선서한 손을 내리기 무섭게 북한 핵위기와한-미 관계 정립을 위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노 대통령이 오늘 청와대로 입성하지만 축하무드는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혼란 속에서 직무를 시작한 반면 노 대통령은 북한이 일으킨 외교적 위기의 한 가운데서 출발하게 됐다고 FAZ는 평했다. 더욱이 현대그룹 대북송금 파문으로 대북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FAZ는 덧붙였다. 북한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의견이어긋나고 있다고 SZ는 밝혔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방문 직전 베이징과도쿄에서 북한 문제를 다자구조 틀 안에서 해결하려는 미국의 입장을 강조한 반면 김 전 대통령은 퇴임연설에서도 `북-미 대화가 해결의 열쇠'임을 재차 역설했다고 SZ는 전했다. 파이낸설 타임스 독일판(FTD)은 "노 대통령의 경우 미국 정부의 태도가 한반도전쟁의 위험성을 증폭시킨다면 미국에 반대하는 입장에 설 수도 있다"면서 "북한을범죄자가 아닌 대화 상대로 취급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Z는 "북한 독재자 김정일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그 나라를 악의 축에 포함시켜온 텍사스의 농장 주인은 노 대통령의 훈계에 달가워 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양측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해다. 그러나FAZ는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은 노 대통령이 미국과 협상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지를 날카롭게 지켜볼 것이라면서 신임 대통령의 입장이 국내외의 팽팽히 긴장된 시선 속에 놓여 있다고 평했다. 한편 FTD는 "한국에서 정의를 위하여 투쟁에 몸을 던졌던 인물이 대통령에 취임했다"면서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 대통령이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군부독재 기간에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인물평을 했다. FAZ는 노 대통령이 자신을 애이브러햄링컨 대통령에 종종 비유한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이보다 더 확실히 비교가 가능한인물은 같은 세대에 속하는 아시아 사람인 타이완(臺灣)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삶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FAZ는 노 대통령이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보수 야당인 한나라당이나, 친노조성향을 걱정하는 기업인들을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FTD는 "노 대통령은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대기업 뒤에 있는 왕조적 힘들을 제거하고자 한다"고 소개한 뒤 "그러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이 전망 중"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