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2일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와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당선자 집무실에서 40여분간 단독회담을갖고 대북송금, 북핵문제, 검찰의 SK그룹 수사 등 정국 현안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털어놨다. 국내 주요 언론매체와의 개별 인터뷰를 고사해온 노 당선자가 지난 21일 인터넷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21'에 출연한데 이어 또 다시 인터넷 신문과 면대면 인터뷰를 갖고 정국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작심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노 당선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주변 눈치나 관행을 살피는데 노무현 시대는 달라져야 한다"며 나름의 언론개혁 방향과 실천방안을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재벌 개혁과 검찰의 수사관행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견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히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 "여러 원인을 분석했는데 한 군데도 제대로 된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국민소득 1만, 2만달러라고 하며 앞으로만 달려온 결과이고 소중한 것들을 가벼이 생각한 결과가 우리에게 돌려준 재앙"이라고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를 15년 해온 사람으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 자괴감과 앞으로 5년동안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인프라,가치 인프라 등을 제대로 한번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측은 노 당선자가 기존의 관행과는 달리 사전질문 요지를 전혀 받지않은 상태에서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파격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노 당선자의 주요 사안 언급 요지. ◇언론개혁 대통령이 공권력을 통해서 언론을 적극적으로 개혁하려고 할 때 합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나. 없다. 실제로 없다. 자칫 잘못하면 권력의 남용이될 수 있다. 은근히 금융제재를 한다든지, 세무조사를 한다든지, 그밖에 뒷조사를통해 압력을 행사한다든지 그런 방법은 불법일 뿐 아니라 효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 나는 언론개혁에 크게 한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기존의 정권과 언론의 유착관계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이다. 첫째로 (정권과 언론이)서로 의지할 생각을 하지 말아라. 두번째는 정당당당하게 해 보자. 옛날에는 정권에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그 보도를 좀 빼달라, 고쳐달라 하며 우호적 기사를 써줄 것을 기대해서 자주 만나고 `소주 파티'를 하고 향응을 제공하고... 어쨌든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런 비논리적인 방법, 흔히 말하는 로비방법으로 대응해 왔다. 이것이 언론의 자세를 해이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자만하게 하고,규범속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절제를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고 그랬다. 이번 청와대와 정부는 아주 원칙대로 해 나갈 생각이다. 어떤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도 그것을 갖고 어떤 인간적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 하지 않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예를 들면 정정보도도 청구하고 반론도 청구하고 그렇게 대응하는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한다. 앞으로는 청와대 취임후 한 두달안에 가판(전날 저녁 7시경 발행되는 다음날치조간 초판신문)구독을 전부 금지할 생각이다. 가판을 보고 비상적으로 협상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고 모든 보도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더 비합리적인 공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참아낼 생각이다. 그러면서 언론이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라고 하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 인터넷에서 그 전쟁과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그거 다 이거하라고 한 것 아닌가. 그런데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언론이 자꾸 그렇게 쓰는 것이다. 언론들, 재발 변화를 이야기 하지 말거나 그렇게 쓰지 말거나 해야지, 지금 일부 언론들 봐라. 무슨 족벌세습체제, 기득권 체제 고스란히 갖고 앉아서 자기들이무슨 변화의 기수인척 하고, 그러면서 실제로 변화와 개혁에 대해서 사사건건 딴지걸고 발목잡고, 지금 오죽하면 `인수위 브리핑'이 나왔겠는가. 청와대에 가서도 `청와대 브리핑'을 낼 생각이다. ◇SK수사 =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제일 먼저 드는 걱정이 `어이쿠 보도에서는 재벌 길들이기로 나오지 않겠나'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아예 그것이사실인듯이 한 일부 보도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기업경영이 투명해져야 하고, 원칙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어떤 정치적 의도로 또는 기획에 의해 개혁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오리려 개혁에도움이 되지 않고 성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나는 정말 이런 것을 기획해서 본때를보여주는 식으로 개혁할 생각이 전혀 없다. 자연스럽게 가기를 바란다. 검찰이 새정부의 기류를 고려해서 이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동안 미뤄두었던 것을 일거에 들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것은 적절치 않다. 그냥 평상시처럼 하되 옛날처럼 `이거 덮어주었으면 좋겠다, 이거 할까요말까요' 이런 이야기들에 상관없이 그냥 하면 된다. 기획수사는 또 다른 부작용을불러오기 때문에 그냥 일상적인 수사를 하되 위를 바라보지 말고 법과 소신에 따라차분하게 원칙을 살려 나가는 수사가 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나는 이 사건과 몇몇 거론되는 사건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검찰더러 `야 이거 심한 것 아니냐' 말할 수도 없고, 또 `화끈하게 해라'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 이 사건 수사가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고들 하는데 경제가 원칙대로 될 수록 중소기업이나 시장에서 힘이 약한 사람들이 유리해 지는 것이고, 거래의 상대방들도훨씬 더 안전해 지는 것이고 주주들도 안전해 지는 것이다. 투명하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다 좋아지는 것인데 왜 자꾸 경제에 악영향, 악영향이라고 이야기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실제 이것 때문에 경제가 심리적으로 위축되는지 안되는지를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한번 설문조사해 봤으면 좋겠다.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에게 이 사건 때문에 당신위축되는가 물어보자. 뭐 탈세하고 있는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부의 편법적 대물림이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SK 수사가 다른 기업들에도 형평성 있게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지금 더 고칠 것도 없다. 법대로만 하면 된다. 지금 조세법률주의라는 법해석을 대법원에서 조금 더 유연성 있게융통성 있게 해 주면된다. 법 조항과 자구의 개념적 해석에 매달리지 말고 상속재산이 맞으면 상속세를 매기면 된다. 사실 완전포괄주의가 아니더라도 법 해석만 조금 융통성 있게 해주면 된다. 법대로 해도 정당한 부의 대물림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약간 지장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조세제도를 개혁하려고 하는데 그 개혁은 지금 대물림을 완전히 봉쇄할수 없다. 불가능하다. 법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고 눈치빠르고 능력있는 사람들은다 조처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봉쇄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하나 하나 완비해 나가자. 그것이 우리 지향이다. 그런데 제도 완비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것은 너무 명분이 없는 것이다. ◇비서실.조각 인선 = 십수년동안 내가 계속해 들어왔던 과제는 변화와 개혁이었다. 변화를 이야기 하면서 변화를 위한 인사를 하면 지나치다는 것은 변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386 세대의 상징은 80년대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고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대해 개혁의 이상을 가졌던 사람들 아닌가. 개혁의 이상을 가졌던 사람들이 좀더 사회에서 경험을 쌓고 그 세련된 경험을 가지고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기여해야한다. 조각은 개혁대통령-안정총리 처럼 개혁장관-안정차관이라는 컨셉으로 가고 그사이에서 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서로 조절하는 견제구조를 가지면서 개혁의 지향을잃지 않는 조합으로 해 나갈 생각이다. (언론에서 관심을 갖는 문광부 장관 인선에 대해) 대개 방향은 정해졌다. 우리문화야 말로 사회의 모든 변화에 어쩌면 앞장서 나가야 한다. 소위 정신구조, 가치구조를 지배하는 것이 문화 아닌가. 문화일수록 변화지향적이어야 한다. ◇정치개혁 = 5년동안 대선때보다 더 개혁적인 정치환경이 만들어 질 것이다. (개혁신당 창당과 관련) 정치는 많은 경우 계획도 해보고 예견도 해보지만 대체로 그대로 잘 가지 않는다. 또 계획을 밝힘으로써 예견된 흐름이 변하는 수도 있다. 그러므로 미리 예견하더라도 그 예견과 계획을 미리 밝히는 것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수 있다. 정치는 국민들과 인식을 공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정치전문가가 보면 두수 세수 앞을 예측할 수 있고, 1단계, 2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3단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성공하지 못한다. 1단계를 해봐야 국민들이 2단계를 예측하고 2단계를 거쳐봐야 3단계를 예측하기때문에 참고 기다려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는 지난 대선때 수준 조금 못미치고 약간 후퇴할 것이지만 내 임기 5년동안에는 지난 대선때 보다 훨씬 더 앞으로 나간 개혁적인 정치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다음 총선은 지난번 대선만한 대중적 분위기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어떻든 가까이 가게 돼 있다. ◇대북송금 파문 = 이 사건 수사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책임도 지워야 한다. 다만 국경을 넘어있는 여러가지 사람과 사실에 대해서는 너무 소상하게 보도했을때 외교적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고, 상대방의 위신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될수 있다. 남북관계와 외교관계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는수사를 자제하는 것이 옳다. 국민들의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을 분열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사실을 밝혀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조절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기관은 국회밖에 없다. 국회의 조사를 거쳐서밝힐 것은 일단 밝히고 그 결과로써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 또 특검을 하더라도 어느 범위까지 하느냐. 이런 것을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봤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특검법을 하느냐 마느냐로 바로 부닥쳐 버렸다. 야당에 대해서는 따로 말할 것이 없고 자제해야 겠지만 여당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검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회에서 충분히 토론하고 그 결과를 갖고 특검을 하느냐 마느냐 결정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특검은 안된다고 정면으로 막아놓아 버렸기때문에 한나라당이 대화없이 특검으로 바로 가자고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준 것아닌가. 지금이라도 여야가 특검 이전에 국회에서 충분히 조사하고 밝히지 못할 일이나국회에서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은 일을 특검에 맡기고 하는 과정을 취했으면 한다. (취임할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 설득에는 전제가 있다.설득이라는 이름만 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진심을 담아서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을 느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지난번에 말씀하신 것은 어느정도 그런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그 다음에는 누군가가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벌받겠습니다'라고 다소곳이 국민앞에 고개를 숙일때 국민들이 좀더 가볍게 해주고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아닌가. 최선을 다해 국민을 설득하려는 여러쪽의 노력들이결합되었을때 그 마지막에 `이것을 이렇게 매듭지읍시다'라고 하는 나의 설득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때 나는 법에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노무현 독트린 = 취임사에 노무현 독트린을 사용하라는 건의를 받고 있지만 아직 내가 마음속으로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여러 상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이런 시기에 무언가 독트린이라는 것을 발표해 스스로 입장을 굳혀 버리면 판단과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미국의 책임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전쟁불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데 대한 무력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북한의 `핵카드' 처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 소극적인 수준의 표현이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언론이 오히려 공격을 부추기는 듯 하고 그 공격을 반대하면 마치 친북인사이고 반미인사인 것처럼 모는 분위기가 있어 국민들이 아마 공격가능성을 훨씬 더 크게 바라보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