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23일 당사에서 "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없는 환경속에서의 대표직 고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사퇴 심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내 구주류측의 입지는 약화되는데 반해 당내 권한을 이양받게 되는 신주류측의 개혁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퇴 배경=한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와 갈등을 빚었고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애매한'입장을 취해 대선 후 당내 신주류측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한 대표는 최근 신주류의 이런 공세를 '개혁독재'라며 역공했고 대북송금 특검법에 완강히 반대함으로써 김대중 대통령의 '방패막이'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나 결국 대세의 흐름에 순응,사퇴를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이미 사퇴를 생각했고 결행 날짜를 잡았다가 여러번 연기했다"며 "당내 사정도 중요하지만 취임 전에 사퇴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고심한 흔적을 털어놓았다. 노무현 당선자와 사퇴 전 교감에 대해서는 "취임 전에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통화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대통령 취임과 국회일정이 끝난 후 어디 가서 좀 쉬고 싶다"며 "3월중에 외국에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시지도부 구성=한 대표와 함께 구주류도 동반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정균환 총무는 한 대표의 사퇴 발표 직후 대북송금 특검법과 총리인준안 처리 후 물러날 뜻을 비쳤다. 한광옥 이용희씨 등 대다수 최고위원도 사퇴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랑 최고위원만이 이에 따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시지도부 구성을 놓고 신주류 내에서 또 한차례의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상 대표직 승계 차순위인 정대철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와 오는 27일 당무회의에서 선출될 신주류 일색의 임시지도부중 어느 쪽이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어갈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시 당대표로 정대철 최고위원과 김원기 고문이 유력하다. 현재 천정배 개혁특위 간사와 김태랑 최고위원 등은 신·구주류를 아우르는 화합형 임시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으나 이상수 사무총장과 신기남 의원 등 신주류 대다수는 구주류가 참여할 경우 인적쇄신의 의미가 퇴색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