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송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데 대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대통령이 직접 해명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발표내용과 수준에 대해선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은 "대통령이나 임동원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해명으로 대북송금 문제의 골격은 드러났지만 송금된 돈의 성격이나 그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식으로 개입했는지 등 구체적 사안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따라서 "우선 국회가 나서 국민들에게 오늘 발표의 진위여부를 알리고 추가적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이나 핵심 관계자들의 국회증언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의 고계현 정책실장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야 하다는 것이 경실련의 입장이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이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한 만큼 해명의 내용이나 수준, 국민적 이해여부 등에 대해선 내부 의견을 수렴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김종하 정책실장은 "김 대통령이 대북송금 문제의 의혹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기를 기대했는데 `국익'만을 언급하며 알맹이는 뺀데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특검제 수사를 촉구했다. 통일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한성대총장은 "대북송금 문제는 한반도 평화유지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북핵 위기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유지는 어떤 가치보다 우선돼야 하며 김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위기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의 관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장은 "그렇지만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한만큼 앞으로 국회의 틀안에서 사실관계를 모두 해명해야 하며, 검찰수사 관련 논란도 여야가 싸우지 않고 국회에서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김석준 행정학과 교수는 "제반 의혹에 대해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고, 특히 현대와 정부와의 정경유착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일단 사실 자체에 대해선 특검을 통해 철저히 조사한 뒤 조사 결과 공개 여부나 사법적 처벌 여부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든지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적절한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사실 파악이 필요하지만 여야간의 정치적 판단을 근거로 해결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민 이해 촉구 담화발표는 적절했다"며 "현실적인 남북관계를 고려했을때 민관의 대북지원내역을 진상규명이라는 차원에서 접근, 낱낱이 밝히는 것은 시기상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건국대 정치학과 황주홍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명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전향적이며, 향후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의혹에대한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은 만큼 오늘 담화를 대북송금 실체 규명을 위한 첫걸음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강훈중 홍보국장은 "김 대통령의 발표가 한반도 핵긴장과 갈등 해소에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민족, 남북문제는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막고 공론을 만드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상희 황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