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회원국간 입장 차이가 자칫 유럽연합(EU)의 분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높아지고 있다. 오는 1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이라크 사태를놓고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 앞서 프랑스, 독일, 벨기에가 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터키 방위를 위한 나토의군사지원을 거부한 뒤 회원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등 나토가 창립 이래 최대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U 순번 의장국인 그리스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정상회의에서 단합된 입장을도출하지 못한다면 EU는 깊은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지난달 말 공동결의문을 채택한 것처럼 "15개 회원국이 단결된 입장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U 정상회의에서는 유엔 무기사찰 연장 및 대(對)이라크 군사행동 압박 등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여온 15개 회원국간 이견 조율이 논의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15개 회원국 외에 EU 가입이 결정된 10개 예비 회원국과 3개 후보국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EU가 이번 회의에서 분열상을 극복해낼 지에 대해서는 밝은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 영국, 포르투갈, 덴마크, 이탈리아, 스페인은 미국의 대이라크 강경노선에 광범위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독일, 프랑스를 위시한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웨덴,룩셈부르크 등은 이라크 사찰 연장안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랑스와 독일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이라크 무장해제안을 제안,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럽의 분열상은 독일과 스페인 정상회담에서도 또 한번 표출됐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는 "문제는 사찰이아니라 이라크의 협조 부족"이라면서 사찰 연장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페데리코 트리이요 스페인 국방장관도 프랑스가 나토 회원국 중 이라크 석유 최대 이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의 분열은 유럽의 단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프랑스를 비난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EU의 단합을 촉구하면서도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이러한 위기는 유럽이 공동 행동을 취해야 할 필요성과 유럽의 공동 정책 부족 사이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아테네 AP.AF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