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북뒷거래 진상조사특위'는 11일 현대상선이 북한에 송금했다는 2천235억원이 입.출금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진 외환은행 본점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였으나 외환은행측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이유로 사실확인을 거부, 진통을 겪었다. 입.출금 당시 외환은행 영업부장으로 재직했던 최성규 상무는 "문제의 수표입금담당자가 누구냐"는 이한구(李漢久) 의원의 질문에 "담당자란 그 일이 이뤄졌다는 전제하에서 있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강원 행장도 "실명법과 외환거래법, 신용정보법 등에 따라 수표의 입금사실 자체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거든 뒤 이 의원이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를 적시한 감사원이 금융실명제법을 어겼다는 말이냐"고 호통치자 "감사원은 이들 법안의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우리는 외환은행이 피해자라고 생각했는데 와서보니 공범에 가깝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고 이해구(李海龜) 특위위원장과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 "여러분이 답변을 안하면 무사하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조사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김경림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은 "모든 게 밝혀지면 현대가 망한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북송금이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현대계열사의 재무에 전부 반영됐기 때문에 자금면에서 현대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차원에서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장은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제가 내용을 들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황확중 부행장도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대북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과 현대전자, 현대건설 등에 공문을 통해 자금거래 사실유무에 대한 질의를 2-3차례 했으나 일부는 답변이 거부됐고 일부는 받았지만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 부행장은 또 "2000년 6월 9일 현대전자가 현대건설에 1억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고 언론에 의혹이 제기된 후 관련회사에 확인해봤으나 양사간입장이 달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