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에 무역회사를 차리고 이집트에 미사일과 부품 등을 팔아온 북한 부부 요원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자취를 감췄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6일 미사일 부품 등을 팔아온 북한의 김점진과 선희리 부부가 지난해 8월 슬로바키아 정보당국의 수사를 눈치채고 도주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부부가 살고 있던 고급 아파트에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군사기술수출 관련 사업의 일면을 보여주는 각종 명세서와 문서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 신문은 슬로바키아 정보 당국이 압수한 문서 수십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김씨 부부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1천만달러 이상을 거래했다고 밝혔다. 김씨 부부는 검정색의 커다란 벤츠 승용차를 몰고 다녔으며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시장과 정부 각료들이 주거하고 있는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집트 카이로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경제 담당 영사로 근무한 김씨는 지난 1999년 신동석 북한 정보부 동유럽 책임자와 함께 슬로바키아를 처음 방문했다. 슬로바키아 수사관들과 서방 정보 소식통들은 "이들은 당시 무기판매를 위한 근거지로 슬로바키아가 적당한 지 여부를 평가하러 온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서유럽과 동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와 분리된 이후 정보부가 설립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밀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슬로바키아 정보당국은 "김씨 부부는 지난 2000년11월 브라티슬라바에 영구 이주해왔다"면서 "자국 대사관이 없는 곳에 온 이들을 신뢰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1년3월 `신세계무역 슬로바키아'란 회사를 설립했으며 슬로바키아 당국에 신고할 당시 주요 업무는 도소매 무역과 광고, 판촉, 시장조사였다. 슬로바키아 수사관들은 "김씨 부부가 설립한 신세계무역은 사실상 유럽과 중동,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 설치된 북한 비밀망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무역의 최대 고객은 이집트 정부가 출자한 카이로 나세르 시내의 `카데르공장'으로 이 곳은 높은 담을 설치하고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군사단지다. 이집트와 북한은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군사적으로 유대관계를 쌓아왔으며 양국은 탄도 미사일을 공동 생산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1980년대 초반 옛 소련제 스커드 B 미사일을 북한에 제공한 나라도 바로 이집트라면서 북한은 이후 미사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미국이 이집트에 북한과의 미사일 거래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이집트가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집트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군사적 유대를 묻는 질문에 민감한 문제라며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으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도 회답을 주지 않았다. 서방의 정보 전문가들은 지난 20여년간 북한이 비밀리에 팔아온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기술은 금액 기준으로 최소한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 대상국은 미국의 우방인 이집트 외에도 이란과 시리아, 리비아, 파키스탄, 베트남 등이며 최근 예멘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사문제를 연구해온 미국의 조세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북한이 이런 무기를 판매하는 방법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