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지난달 30일 현대상선이 2천2백35억원 대북지원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한지 이틀만에 서둘러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 만큼 감사원 감사에서 풀지 못하고 넘어간 의혹이 적지 않다.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6월 2천2백35억원을 북한에 송금하기 직전에 바꾼 수표 26장에 이서한 6명의 신원이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표 26장에 6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었으나 국민연금관리공단 전산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원불명자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이들의 필적이 동일인의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현대측이 합법적인 경협자금을 지급했다면 주민등록도 확인안되는 사람의 이름으로 이서할 이유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상선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지원한 2천2백35억원은 △개성공단 조성 △금강산관광 △평양체육관 건립 △영농사업 △운송사업 △남북 철도 연결 △도로건설 등 7개 경협사업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개성공단은 착공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대그룹이 개성공단개발 합의 사실을 발표한 것은 2000년 8월10일이다. 그 전에 개성공단 건설을 위한 자금을 빌렸다는 것도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북경협 사업의 주체는 현대아산인데 현대상선이 지원한 점도 의문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동일인 여신한도'규정을 어겨가며 4천억원을 무리하게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한도를 초과해가며 거액의 자금을 빌려준 것은 정부 고위층의 입김이 없고서는 힘든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