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장관급회담에 참가하는 북측 대표단은 도착 직후 가진 환담과 도착성명을 통해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민족공조'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착 성명에서는 "외부의 압력이 크고 정세가 엄혹할수록 우리는 더 열렬한 민족관, 더 뜨거운 동족관을 가지고 함께 난국을 타개하며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그 누구도 우리 민족끼리 손잡고 나가려는 하나같은 지향을 가로막을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령성 북측 단장은 "(6.15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맞게 손잡고 나간다면 통일부흥의 언덕으로 빨리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공동선언에 맞게 민족문제를 푸는데 이바지하는 회담이 되게 하자"고 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이같은 북측의 입장은 지난 1일 공동사설에서 현 한반도 정세를 '조선민족' 대미국의 대립구도로 설정하고 민족공조를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북한이 핵문제를 의식해 '엄혹한 정세'와 '외부의 압력'을 거론하면서 민족관과 동족관을 강조한 대목은 북핵문제로 얼어붙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민족공조로 풀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이번주에만 적십자 실무접촉(20∼22일), 장관급회담(21∼24일),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협의회(22∼25일) 등 회담을 잇달아 열고 있는 것도 이런 의도와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남쪽과의 각종 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측의 평화의지를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남측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등 여러 측면을 두루 감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령성 북측 단장이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에 대한 면담 의사를 밝힌 것도 당선자를 만나 핵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민족공조를 강조함으로써 차기 남한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지난달 러시아의 소리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민족공조를 우선시 하는 사람과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노무현과도 이러한 원칙에서 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