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사태 해결의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의 북핵 일괄타결 중재안을 긍정평가하고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북핵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외무차관은 20일 "김 위원장이 러시아가 제시한 일괄타결안을 건설적으로 평가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일괄타결안은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문서 등을 통해대북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중유공급 재개 및 인도.경제적 대북 지원을 펼치는 내용이라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선(先) 체제보장'을, 미국은 북한의 `선 핵폐기'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중재안은 북미 양측의 접점을 마련하려는 성격이 짙다. 우리 정부의 한 당국자도 "누가 먼저 어떤 조치를 취하고 거기에 따라 상대가나중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관심사를 동시에 처리하자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러시아의 중재안에 대해 "어떤 해결방안이라도 관계 당사국들만 동의한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동시해결' 방안에 대해 북한의 선 핵폐기가 사태해결의 출발점임을 강조해 왔던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러시아의 중재안이 미국의 동의를 얻은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은 러시아의 독자적인 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도 문서를 통한 대북 안전보장과 에너지.경제지원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는 등 대북 태도가 최근 점차 유연해지고 있어 북한이 확실한 핵폐기 의사를 밝힐 경우 문제는 해결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0일 유엔 안보리 외무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해결과 관련한 "`흥미로운 요소'(interesting elements)들이 나타났다"고언급, 북핵사태의 새로운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 조짐에도 불구하고 북핵사태가 단시일내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북한과 미국은 이번 사태해결 방식과 관련해 북미 양자협상과 다자협상을주장하며 인식차이를 보이고 있고,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대한 법적인담보를 주장하는 등 곳곳에서 적지 않은 입장차이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