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시스템 일선 부처의 공무원들이 각종 개혁 프로그램과 공약을 집행하는데 전면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의 정책적 기능은 줄어들고 국가적 전략과제를 추진·점검하는 기관으로 기능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이날 TV토론에서 "부처의 공무원들 의견을 정말 존중하며 모든 결론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토론하겠다"며 "공무원들 가운데 '허리급'에서 개혁의 동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실무자들 중심으로 공약을 이행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비서진의 거리를 가깝게 해 참모기능을 착실하게 만들겠다"며 "대통령의 결정과 지시는 장관에게 직접하거나 각료회의를 통해 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복지노동·교육문화 수석 등 지금까지 '제2의 장관'역을 해온 수석비서관이 대거 없어지면서 정부행정의 중심축이 각 부처로 옮겨가게 됐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자료를 수집하는 채널을 다양화시키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인사자료 정보는 중앙인사위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케 하되 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로 올라오는 정보선이 중간에 통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사 행위에서부터 '인의 장막'에 쌓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정치개혁 노 당선자는 프랑스식 정치·권력 구조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함께 "직접 국회로 가거나 여야 국회의원들과 대화도 하겠다"며 여야 지도부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또 "당정 분리를 통해 정당을 지배하지 않음으로써 한 번 분권하고,헌법대로 총리에게 권력이 가게 해 또 한번 분권해 2단계로 분권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후 과반수 정치세력이 총리를 결정하도록 한 공약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프랑스식 분권형정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관련,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현재의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거나 △비례대표제를 대폭 도입해 어느 지역도 특정 정당이 '싹쓸이'를 못하게 해야만 분권형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당의 개혁,돈안드는 선거풍토와 선거제도 개혁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의 순서는 정당-선거제도-국가제도 순이라고 제시했다. ◆외교안보 노 당선자는 "최근 반미의식이 많이 보이는 것은 자주에 대한 자각,지나치게 의존적이었던 한·미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외교문제에서 '자주'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저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라 상호 대등한 관계로 수평적 협력관계로 만들어 나가자고 주장한다"며 '외교적 자주'의 개념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한·미관계,북한핵 문제 등에 대해서는 당선후 1개월간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미연합사 방문,켈리 미 특사 접견 등에서 이미 주한미군의 필요성,북한핵 불인정 등의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기타 노 당선자는 "인수위는 정책을 인수하는 곳"이라며 "정부를 짤 때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인수위원들에 대해선 "(대통령취임 후에도)정책자문을 지속적으로 하게 하겠다"며 정책자문 역할을 맡기는 쪽에 비중을 뒀다. 인수위원들을 각료나 청와대 비서진으로 대거 기용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수들이지만 그동안 현 정부에도 많은 조언을 해왔고 선거과정에서 정책자문을 하고 공약을 만들어내 실무에 밝다"며 어떤 식으로든 중용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기업규제를 완화하면서도 재벌규제는 강화하는 것을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규제완화의 목적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재벌규제는 그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해 공정한 경쟁풍토를 만드는 것이 기업정책의 최우선 목표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 기업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말대로 라면 정리해고는 제한적으로 인정해 주되 비정규직 근로자는 대폭 줄이는 방안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순·김병일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