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개 신문 공동사설 형식으로 발표한 2003년 신년사는 긴장국면에 대처, '선군(先軍)정치'를 바탕으로 체제결속에 주력해 나갈 것임을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공동사설의 제목도 '위대한 선군 기치 따라 공화국(북한)의 존엄과 권위를 높이떨치자'이다. 이같은 입장은 지난해 불거진 핵문제로 북미 간에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데다가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전망과 관련된다. 우선 북한은 2003년을 '선군의 기치 따라 강성대국의 영마루에로 총진군해 나가는 대담한 공격전의 해, 거창한 변혁의 해"로 규정했다. 즉 선군에 입각해 '강성대국'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총궐기하자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과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 등굵직굵직한 정치행사들이 줄을 이었다면 올해에는 북한 정권수립 55주년(9.9)과 휴전협정 체결 50주년(7.27)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인내와 분발을 강도 높게 촉구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휴전협정 체결 50주년과 정권수립 55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며 체제결속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공동사설은 "공화국창건 55돌을 빛나게 장식하기 위한 올해의 투쟁은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주체의 선군사상과 노선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보람찬 투쟁"이라며 "우리는 '공화국 창건 55돌을 맞는 올해에 선군의 위력으로 위대한승리를 이룩하자'라는 구호를 높이 들고 강성대국 건설의 총진군을 힘있게 다그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에 따라 "선군시대의 시대정신"으로 내세우고 있는 '혁명적 군인정신'의 발휘를 재강조하면서 선군사상에 기초한 일심단결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전반적으로 대내외 정세가 어렵다는 인식 아래 군사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민 사상교양사업에도 주력할 것임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공동사설은 이례적으로 국방공업을 중시, 이 부문에 선차적인 힘을넣을 것임을 밝히면서 국방력 강화를 통한 전투력 증대, 인민군대와 김정일 위원장과의 운명공동체, 전군에 걸친 '혁명적 영군체계'와 군풍 확립, 적과 평화에 대한환상 배격 등을 강조했다. 또한 각급 당조직에 대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정치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면서 당원과 일꾼, 청년, 근로자들에 대해 '공민의 의무와 본분'을준수하고 '반제투쟁정신'을 함양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핵문제 등으로 야기된 긴장국면을 주민사상교육에 활용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한편 공동사설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화해.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미국의 대북'압력'에 맞서 '민족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공동사설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이정표'로 규정하고 "현 시기 조선반도에서의 대결구도는 북과 남의 조선민족 대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해 '민족공조'를 통한 문제해결을 요구했다. 이는 미국의 북핵문제 제기에 남북한이 힘을 합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으로 앞으로 남한의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외세배격, 민족공조' 논리를 더욱 공세적으로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지만 북한은 핵문제로 갈등을 빚고있는 미국에 대해 의외로 맹렬한 비난이나 공세를 취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공동사설은 "최근 미국은 우리에 대한 핵선제공격을 공공연히 떠들면서 반공화국 압살책동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로 하여 북남화해분위기가 흐려 지고 평화가 엄중히 위협당하고 있다"며 미국의 '호전세력'에 대해 대 북한 지배전략이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군사적 압력소동을 중지할 것과 주한미군을 즉각 철수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같은 태도는 핵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북미 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도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지난해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등이 취해진 상황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실리'를 최대화시켜 나가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렇지만 새해 공동사설은 전체적으로 핵문제로 조성된 긴장국면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는 하지만 뚜렷한 정책방향이나 눈에 띄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