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시설 봉인제거 작업에 이어 2단계 조치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 재가동을 위해 25일부터 저장창고에 있는 새 핵연료봉의 원자로 이동작업에 나섰다. 북한은 26일에도 핵연료봉 이동작업을 계속했고, 금명간 핵연료봉을 원자로에 장전할 것으로 관측되나 아직 장전작업이 시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에 앞서 5메가와트 원자로 시설 점검 및 보수작업을 위해 기술진을 증원했으며, 전기계통 및 발전설비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가동이 중단된 5메가와트 원자로는 연료봉 장전 및 시험운전 등을 거쳐 1-2개월내에 재가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원자로 재가동은 제네바 합의를 실질적으로 파기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실제 재가동이 이루어질 경우 이번 북핵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로 재가동을 강행할 경우 한.미.일 3국의 대북 경수로공사 전면중단,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의 절차가 불가피해 한반도 핵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북한이 25일부터 새 연료봉을 원자로로 옮기기 시작했으며 아직 보고가 없지만 오늘도 계속 그같은 작업을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이 첫날 옮긴 연료봉은 400여개라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5메가와트 원자로 내에는 별도의 연료봉 저장시설이 없어 북한이 곧바로 연료봉 장전을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5메가와트 가동을 위한 점검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많은 인원이 시설내를 출입하며 재가동 점검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연료봉을 저장창고에서 원자로로 옮기는 일은 하루동안 끝날 일이 아닌 만큼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북한은 지난 23일 핵연료봉 제조공장 봉인제거시 `연료봉을 점검하는 대로 바로 원자로 장전을 위해 이동할 것'이라고 IAEA 사찰관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IAEA 마크 고보즈데키 대변인도 이날 "북한이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했다"면서 "그들이 새 연료를 원자로로 옮기고 있는 것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용후 핵연료봉(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내는 핵재처리시설에서는 아무런 작업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핵연료봉 이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핵포기 설득과 국제적 압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정부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추후 사태 전개방향을 예의주시할 방침임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북핵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됨에 따라 이날 도쿄(東京)에서 이태식(李泰植) 외교부 차관보와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간 긴급 협의를 갖고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