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4일 12.19 대선의 당선무효소송 제기 방침을 밝히면서도 역풍을 우려한듯 "정치적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에 대한 당선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런 자세를 보였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오류.부정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혹 해소를 위한 것으로, 재검표를 위해선 소송방법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는 당내에서조차 "혁신을 주장하면서 낡은 정치를 되풀이한다" "당을 두번 죽이는 일"이라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李會昌) 전 후보도 측근들로부터 인터넷상의 `개표조작설'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내가 승복했는데 뭘..." "흥분하지 말고 승복할 것은 승복해야 한다"며 재검표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당선무효소송 제기를 결정한 것은 대선 패배 이후 복잡한당 안팎의 사정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개표조작설'이 제기된 이후 여의도 당사 앞에선 연일 재검표 요구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23일엔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장까지 몰려들어 회의가 중단되는가 하면 선대위 해단식도 이들의 실력행사로 무산됐다. 또 당직자와 사무처 요원 상당수도 재검표를 요구하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불만을 표출, 당 지도부로서도 이들의 주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 여기에 당체질 혁신, 인적청산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지도부로선 당력을 집중할 외부 이슈개발이 필요한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대표가 "내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소송강행에 앞장선 것도 이 대문이며한 당직자는 "지금은 한번 죽으나 두번 죽으나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안상수(安商守) 부정선거대책위원장은 "일단 20-30개 투표구를 재검표한 뒤 전체를 다하든지 아니면 도중에 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면서 이날 자체 수집한 `개표의혹' 사례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남제주 개표소에선 표가 섞여 있어 재분류한 결과 이회창 후보가당초 2표 졌다가 2표 이긴 것으로 나타났고, 경기 고양시 일산구 개표소에선 이회창후보 투표지 2장이 노무현 후보 투표지 적재함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도 안성에선 1번 투표지 10장이 2번 투표지 적재함에서 발견됐고, 서울성북구 개표소에선 다수의 부재자 투표용지가 전자개표기 판독기능 저하로 잘못 분류됐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전북 무안군에선 투표자수보다 투표용지가 1장 많았고, 전주 덕진구에선투표자수보다 투표용지가 70장 부족한 상황도 발생했다고 한나라당은 주장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재검표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1,2위 득표수 차이인 57만표를 넘겠느냐"며 "부질없는 짓"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민영규기자 youngkyu@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