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3일 차기 정부 국정운영시스템과 관련, '개혁 대통령-안정.균형 총리'를 제시해 '안정속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국민통합을 이룰수 있도록 일상적인 행정은 안정감 있고 균형감각 있는 총리에 맡겨 국정안정을 꾀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이를 바탕으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차기 내각은 중량감 있고 지역통합에 적합한 총리와 관료,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 내각과 청와대 인선 '안정 내각'과 '개혁 청와대'로 요약된다. 내각은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포진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행정을 펴도록 하고 청와대는 개혁성향 인사들을 전면에 포진시켜 개혁의 산실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국민 일각에서 일고 있는 '급진적 개혁'에 대한 우려감을 먼저 진정시킨뒤 개혁의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국민의 개혁 요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각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 주변에선 벌써부터 지역통합을 이룰 수 있는 60대 총리 기용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 당선자가 인수위와 내각에 정치인들의 참여를 최소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도 행정부는 물론 집권여당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포석이다. 정치인 다수가 내각에 참여할 경우 '정치 내각'이 돼 다수당인 야당과 대립이 생길 수 있고 결국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노 당선자는 이날 "선거과정에서 노력하신 분들은 자리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정의지를 펼쳐 보이기 위해 (인수위나 내각 참여를) 기대도 할것"이라면서도 "(당의) 유능한 분들은 당을 정비하고 이끌어가는데 역량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한 측근은 "정치인들은 총선때까지 정부를 아예 처다보지도 말고 총선준비에 전념해달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여기에는 의원들을 대거 각료로 발탁할 경우 당의 전력이 약화돼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정치색이 옅은 '전문가 중심의 행정내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 비서진은 개혁성이 인선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청와대는 노 당선자의 개혁드라이브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혁기획팀의 성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에 참여할 학계.재야출신과 노 당선자 비서팀이 청와대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 당선자가 "인수위 종사자는 대통령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자문.보좌하는 연속성이 있어야 하고 인수위 성과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게 이를 뒷받침한다. ◆ 대야 협력 구상 초당적 내각구성 여부가 관심사다. 노 당선자는 당선후 여러차례 야당과의 협력을 강조해 왔다. 노 당선자는 지난 7월 청와대에 야당과의 협조를 통한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야당을 잘 설득해 모든 것을 풀어가겠다는 뜻"이라며 "야당인사를 입각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초당적 내각구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