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의 승패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갈렸다. 총 투표수의 2.3%에 해당하는 57만여표 차로 승부가 갈린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당선자는 서울(51.3%)과 경기(50.7%)에서 과반득표로 대세를 결정지었다. 수도권에서 민주당 노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의 격차는 57만여표로 전체 표 격차수와 거의 같다. 수도권 개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지난 19일밤 8시30분을 전후해 노 후보는 이 후보를 추월했고 이후 이 후보는 벌어지는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충청권은 이번 대선에서도 그 위력을 과시했다. 노 후보는 대전 10만2천2백86표,충남 9만9천4백21표,충북 5만4천5백79표 등 총 25만6천2백86표를 이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특히 대전에선 두 후보간 격차가 15%에 달했고 충남과 충북에서도 10% 안팎의 큰 차이를 보였다. 동서로 표 갈림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양당은 이 지역을 집중 공략했으나 JP의 '중립선언'으로 생긴 빈 공간을 노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으로 메운 것으로 분석된다. 노 후보는 '지역 화합'을 주요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선거전에 임했으나 선거 결과는 영·호남간 지역대결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감정 해소가 당선자의 주요 과제로 드러난 것이다. 노 후보는 광주에서 95.2%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얻었고 전남(93.4%) 전북(91.6%)에서도 9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 이 후보도 텃밭인 영남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우위를 보였다. 이 후보는 대구에서 77.8%를 얻었고 경북(73.5%) 경남(67.5%) 부산(66.7%)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부재자 투표도 박빙의 승부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가 20일 전체 유권자의 2.5%에 달하는 부재자 투표를 잠정 집계한 결과 노 후보는 전체 81만4천9백29표 중 61.8%에 달하는 50만3천3백71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는 27.7%에 해당하는 24만17표를 획득했다. 이런 결과는 부재자 투표의 67%에 달하는 군인들이 노 후보에게 많은 표를 던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 후보가 젊은층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군복무 기간 4개월 단축 공약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대와 연세대 대구대 등 3개 대학에 선거사상 처음으로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것도 노 후보의 득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이번 대선은 '세대간 대결' 양상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에선 60% 안팎이 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0대 이상에선 이 후보가 60%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