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정계은퇴 선언을 하면서 3차례나 눈물을 쏟는 등 만감의 소회를 억누르지 못했다. 이 후보는 특히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 가다가 "지난 5년간 숱한 고생을 같이 해오면서..."라는 대목에 이르러 참고 참았던 눈물을 내비치며 20초가량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문장을 읽어나갔으나 곧바로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당직자 100여명도 손수건을 꺼내드는 등 기자회견장은 삽시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 후보는 이를 앙다물고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라고 은퇴를 선언했으나 당직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며 또 한번눈물을 비쳤다. 일부 당직자들은 기자회견후 이 후보를 찾아가 "은퇴를 철회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10분께 당사로 나온 이 후보는 서 대표 등 주요당직자들과 30분가량 면담을 갖고 특히 당의 결속과 화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모두가 제 책임이다. 모든 것을 다 제가 지고 갈 것이다"며 "대선과정에서의 앙금이나 갈등이 당에 남아 있어서는 안된다. 당이 동요없이결속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서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하며 당의 결속을 수차례 강조했고,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지나간 일에 대해 서로 책임추궁을 해선 안된다. 총선 등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친 것외에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최고위원 및 선대위 공동의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것으로 6년간의 정계생활을 마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