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통령선거에선 전자개표기가 그 성능을유감없이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전자개표기가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지난 6.13 지방선거 때 650대가 동원된 것을 시작으로 8.8 재보선 개표과정에도 사용돼 그 효능을 입증한 바있다. 다만 6.13 지방선거에선 기술상 결함 및 운영 미숙 등으로 일부 개표소에서 작동이 중단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같은 결함을 보완했다는게 선관위측 설명이다. 이번 대선 개표에선 선거인수가 적은 인천 옹진군, 경북 울릉군을 제외한 242개구.시.군 선관위 개표소에 개표소별로 2∼11대, 총 960대의 개표기가 동원됐다. 선관위는 전자개표기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자개표기 1대당 전문교육을 받은 전임요원 1명씩을 배치한데 이어 각급 선관위별로 운영요원들에 대한 교육과 시험운영을 각각 3차례 이상 실시했다. 또 개표 당시 발생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전자개표기 제작업체 기술요원들을 개표소별로 1명씩 배치하는 동시에 중앙선관위에도 15명의 전문가들을 상주시켰다. 전자개표기 도입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개표시간이 단축됐다는 것이다. 수작업에 의해 개표가 진행된 지난 97년 15대 대선의 경우 전국 303개 개표소의평균 개표 소요시간은 7시간30분에 달했으며, 개표 완료시간은 하루 뒤 오전 5시45분이었다. 하지만 오후 6시30분께부터 개표가 시작된 이번 대선의 경우엔 2시간30분이 지난 저녁 9시께 전체 개표율은 50%를 넘어섰으며, 대부분 개표소에선 자정 이전에 개표를 마쳤다. 단지 백령도 등 일부 도서지역의 투표함이 개표소까지 이송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개표완료는 새벽 1-2시로 늦어졌다. 시간단축 외에도 전자개표기의 사용으로 국가예산과 각종 사회적 비용이 절감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우선 개표사무원 수가 지난 15대 대선의 2만8천359명에서 52.3%나 1만3천528 명으로 줄었으며, 개표시간 단축으로 이들 개표사무원에게 이틀치가 아닌 하루치의 수당만을 지급하게 됐다. 또 개표사무원으로 동원되는 인력이 대부분 교직원과 공무원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그동안 선거일 이후 빚어온 수업차질 및 행정공백 등도 상당히 피할 수 있게 됐다는게 선관위측 설명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자개표기 도입에는 대략 88억원의 비용이 소요됐으나,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한차례 더 치를 경우 투자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동시에 밤샘 방송에 따른 비용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적 이득인 셈"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