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밝은 미래를 이끌 제16대 대통령을 뽑는 19일 전국 1만3천471개 투표소에는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이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속에서도 유권자들은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부터 지정된투표소를 찾아 그동안 TV 토론회와 거리유세 등을 보면서 저마다 각 후보의 공약과능력, 인물을 저울질 한 끝에 결정한 후보에게 소중한 한표를 던졌다.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북핵위기'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외교상황과 경제문제등 국가현안에 잘 대처해 통일조국의 발판을 굳건히 마련하고 향후 국가발전을 위해몸 바칠 수 있는 준비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네에 사는 유권자들은 투표소 입구에 함께 줄서거나 투표를 끝내고 주변 등지에 삼삼오오 모여 과연 새대통령이 누가 될지, 전날 밤 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 선언 등을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박빙의 승부로 예상된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유권자들은 투표를 마치고 곧바로 귀가해 하루종일 TV를 시청하며 투표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 투표소 개소 30여분 전부터 기다리다 서울 강남구 삼성1동 경기고에 마련된 제 2투표구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한 김지철(60)씨는 "새천년 첫 대통령을뽑는데 대해 들뜬 마음으로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며 "누가 되든 국민을 위해희생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와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오전 7시께 학교 가는길에 투표소에 들렀다는 정주원(29.대학원생)씨는 "92년에이어 두번째 대선에 참여했다"며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나름대로 후보들을 판단한뒤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생각해 투표했다"고 말했다. 오전 6시40분께 동료 수녀 100여명과 버스를 타고 명동사무소 제 1투표소에 온김모(50) 수녀는 "수녀들도 국민의 한 사람인데 투표하는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실제 사는 곳은 노원구이지만 주소지가 명동수녀원으로 돼 있어 투표하러 아침 일찍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작년 6월 온가족이 탈북에 성공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길수군의 가족 등 탈북자들도 이날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길수군 외할아버지 정연식(70)씨는 오전 10시께 양천구 지향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부인(69) 등 가족 4명과 함께 투표에 참여, "남북관계를 평화롭게 이끌어가고 미국과의 관계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며 "자기 의사대로 투표할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겠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이날 각 투표소에는 아침 일찍부터 가족 단위의 유권자들이 많이 보였고, 오후엔 평년 보다 2∼3도 높은 맑고 포근한 날씨속에 투표소를 향하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일찌감치 가벼운 나들이복 차림으로 나와 투표한 유권자들은 휴일을 즐기러 교외로 떠나기도 했고, 유학을 떠나기 직전 귀중한 주권을 행사한 여성도 있어 눈길을끌었다. 등산복 차림으로 투표장을 찾은 김점덕(62.여)씨는 "아침 일찍 투표하고 친구들과 함께 산에 갈 생각" 이라며 "나이든 사람도 투표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기권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잠원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회사원 황진경(30.여)씨는 "아침 일찍 투표하고 친구와 조조영화를 보러간다"며 "누가 될지 모르지만 선거가 박빙이어서 벌써부터 개표결과가 기대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께 성내 1동 구민건강생활관 제 2투표소에서 투표한 김현(28.여)씨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유학을 가게 돼 오전에 공항에 나가기 전 꼭 투표를하고 싶었다"며 "몸은 해외에 있지만 새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어나가는지 유심히지켜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서울역 등에는 하루 휴일을 맞아 많은 행락객들로 붐볐고,서울시내 고궁과 극장가, 용인 에버랜드, 과천 서울랜드, 잠실 롯데월드 등 놀이공원에도 평일 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측은 "이미 투표 전날 저녁부터 행락객이 몰려 스키장이 위치한 강릉이나 속초, 동해로 향하는 영동선을 중심으로 버스좌석이 거의 매진됐다"고 밝혔다. 서울역도 경부선을 중심으로 이날 평소 목요일 보다 20∼30% 가량 늘어난 승객으로 매진되는 좌석이 많았다. 한국도로공사는 "투표가 시작된 오늘 오전부터 스키장이 몰려있는 영동지역으로가는 차량들이 크게 늘어 영동고속도로가 지.정체를 거듭했지만 오후부터는 약간씩풀리고 있다"며 "저녁 귀경차량들로 일부 구간이 다시 막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직장이 휴무인데다 동네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집에서TV를 보는 시민들이 많은 탓인지 이날 서울시내 도로는 평소 보다 한산했다. 경찰은 투표일을 맞아 `갑호'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 전국의 각 투표소와 개표소 주변에 17만여명의 병력을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울=연합뉴스) 대선특별취재단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