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18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를 전격 철회한 이유에 대해 통합 21 김 행(金 杏) 대변인은 노 후보의 대북관련 유세발언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노 후보가 명동 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부적절하고 양당간 합의된 정책공조 정신에 어긋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는 우방이며, 미국과 북한이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는 노 후보측이 선거공조를 파기한 것으로 판단,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 이유에 불과하고 속사정은 정 대표의 다음 대통령선거 도전보장 및 `공동정부' 구성에 대한 노 후보의 발언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정책공조 협상을 벌였던 통합 21 전성철(全聖喆) 정책위 의장이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노 코멘트"라고만 말하고 자리를 피한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우리는 명동.종로 유세 등에서 통합 21 정 대표를 모욕하는 발언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통합 21 홍윤오 대변인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종로 공동유세장에서 정 대표가 등단하자 청중들은 "정몽준, 차차기"를 외치며 같은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는데 노 후보는 "너무 속도위반을 하지 말라"며"대찬 여자 추미애도 있고, 제가 흔들릴 때 제 등을 받치면서 민주주의 정통성을 살려야 한다고 한 정동영 최고위원도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또 이날 인터넷매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 대표와 공동정부에 관해선 일체의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선거 상황에서의 약속은 경솔한 약속이 될가능성이 대단히 높고 선거후 엄청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정 대표와 정책공조까지는 약속했지만 그 이상은 절대 할 수 없다는 게 제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후보는 "(정 대표가) 어떤 기대도 있겠지만, 저로선 구속받을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참모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낙선해도 좋으니 제대로 하는 대통령이 나오도록 하자. 제대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니면 저는 대통령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다음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후보단일화 및 선거공조에 합의했던 정 대표로선 노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발끈, 지지를 철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합21 핵심 관계자는 "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자 대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예단, 속내를 드러냈다고 본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책공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 비추어 정 대표는 앞으로 철저하게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파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정 대표는 이와관련, 우선 현역의원이 자신 외에 단 한명도 없어 세부족을 절감해온 점을 감안, 이를 극복하는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제3세력 연대'의 대상으로 거론됐던 자민련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고, 노후보가 낙선할 경우엔 민주당내 반노(反盧) 비노(非盧) 중도파에 대한 대대적인 회유작업을 벌여 세몰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선 한나라당과 연대하거나 당대당 통합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대선 하루전 돌연 철회함으로써 정 대표의 정치행보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향후 그의 진로는 여론의 반응과 대선결과 등에 따라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