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실시된 대선후보 TV합동토론을 두고 경직된 진행방식과 시간제약을 개선해야 후보간 정책대결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TV토론이 유권자의 관심을 끈 것은 사실. 그러나 주최측은 각 후보자가 매번 질문과 답변에 1분∼1분30초만 쓸수 있게 해 시청자들로부터 "답답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일부에선 "각 후보자들의 정견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진행이 이렇게 되자 각 후보들은 진취적 공세로 나서기 보다는 준비된 답안을 외웠다 내뱉는 식으로 토론에 임했다. 동아대 박형준 교수는 17일 "합동토론임에도 불구하고 공정성만을 지나치게 의식해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사안별로 시간총량제를 도입해서라도 후보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한국연구소 김광식 소장은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부동층을 움직이는데 한계를 보였고 치열한 정책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이회창.노무현 후보와 함께 TV토론에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권 후보가 이.노 '양강' 후보와 함께 토론을 벌이는 바람에 긴장도가 떨어졌고, 주요 후보의 정책을 비교하는데 지장을 주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97년 50%를 웃돌던 TV합동토론 시청률(방송3사 합계)은 이번에 35% 안팎으로 크게 하락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TV토론이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통해 지지후보를 바꾸는 유권자는 5% 미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