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6일 이인제(李仁濟) 총재권한대행을 새로운 선장으로 맞아들여 출항의 닻을 올렸다. 자민련은 이날 마포당사에서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비롯한 당직자, 당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총재대행 취임식을 갖고 `이인제 체제' 가동에 들어갔다. 이 대행의 취임은 자민련으로선 `세대교체'의 의미를 갖는다. 자민련 `오너'인70대의 김 총재는 이날 취임식에서 50대의 이 대행을 `실질적 지도자'라고 지칭하고"당 절차상 권한대행으로 하지만 우리 당을 이끌고 우리 조국을 좋은 나라로 이끌어갈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 대행이 실질적으로 당무를 총괄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총재가 "이 사람은 옆에서, 한발짝 뒤에서, 때로는 반발짝 앞에서 어깨동무하고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수렴청정'을 시사한 것이기보다는 이 대행에게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 대행 체제의 자민련이 풀어야할 숙제는 적지 않다. 우선 대선후보를 못낸 정당으로서 대선국면에서 당의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 대행이 `급진세력 집권저지'를 선언, 사실상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지지의사를 밝혔고, 자민련의 정치적 색깔도 한나라당에 가깝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의 대선공조를 통해 당 존재가치의 유지.확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조만간 자민련은 당론을 모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이르면 내주초부터 이 대행이 충청권 지원유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앞서 이르면 7일 오후 이회창 후보와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행은 이날 일본 아사히TV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여러차원에서 비공식적인 지원요청은 많이 있었으나 진지하고 정중하게 공식적인 협력요청이 없는 상태"라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중립을 지킬 수도 있는 등 몇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정책의 노선이나 가치를 가지고 결론을 말하기는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날 한 라디오 방송 대담을 통해 지난 97년 대선때의 경선불복에 대해이회창 후보에게 사실상 사과도 함으로써 `성의'를 표시한 만큼 한나라당에서도 `모양'을 갖춰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최근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나서 이 대행과 비공개 회동이나 전화접촉을 갖고 양당간 대선 협력문제를 논의하면서도 전면적인 연대 모습을 보이는 것엔 다소 미온적인 자세여서 앞으로 대선정국 변화에 따른 양측간 관계설정이주목된다. 이 대행은 대내적으론 노쇠한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변화'를 강조한 이 대행은 `가장 변화에 민감한 종(種)이 가장강한 종'이라는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되며 시대정신을 새롭게 하고 물결쳐오는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여 선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대행은 `고질적 지역패권을 극복하고 모든 계층과 세대로부터 사랑받는젊은 정당, 국민정당, 전국정당'을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여러차례 정치적 부침끝에자민련에 둥지를 튼 이 대행의 정치실험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