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주한 유엔사가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한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월선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합의하고 2일 오전 이를 북측에 제의, 북측이 과연 이 안을 수용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관례를 따른 것인 만큼 북측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일각에서는 '유엔사 개입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거부할 가능성도 전혀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국방부가 1일 MDL 월선 절차를 기존 관례처럼 간소화하기로 유엔사와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협상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만큼, MDL 통과 승인과 관련된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갈등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번 합의안은 유엔사가 "유엔사의 월선 승인서를 북측이 공식 접수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사실상 남측이 주도적으로 월선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어서 북측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간소화 절차는 지난 2000년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남한 방문 등지난 수십년간 남북 인원이 DMZ를 통과할 때 적용된 관례와 같은 것으로, 이미 북측도 수용해온 절차이기도 하다. 또 금강산 육로 관광을 포함한 경의선. 동해선 연결, 개성공단 연내 착공 등 일련의 남북 경협은 북측의 필요에 따라 그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다. 따라서 "북측이 이번 협상안에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경제난 타개를 위한 급선무인 남북 경협의 원만한 진행을 위한 필수 선결 조건인 MDL 통과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군 당국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북이 합의 설정한 DMZ내 남북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남북이 협의 처리하면 되지 유엔사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안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북한 조선중앙TV는 1일 박정성 철도성 국장의 담화를 인용, 유엔사의 개입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남조선측도 6.15 공동선언에 기초해 북남 사이에 합의한 모든 사항들에 대한 외세의 간섭이나 방해를 단호히 배격하리라 굳게 믿는다"고 보도했다. 이 논조에서 알 수 있듯 북측은 정전협정의 무력화 의도를 지속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DMZ 남북관리구역에서 유엔사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지난 달 지뢰 검증작업이 난항을 겪을 때도 남북군사보장합의서 1조 2 항 "남북관리구역에서 제기되는 모든 군사 실무적 문제들은 남북이 협의, 처리한다"는문구를 근거로 "남북관리구역에 대한 유엔사의 개입은 절대 안된다"며 유엔사의 검증단 월선 승인서 접수를 거부해왔다. 북측은 또 지난달 27일 검증 절차를 생략하고 지뢰 제거를 재개키로 동의한 전화통지문에서 "MDL 통과 절차와 관련된 문제는 남측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부언, 남측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못한다는 뜻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유엔사는 "북측 주장대로라면 남북관리구역에서는 정전협정이 적용될수 없고 그렇게 되면 그 지역에 북한군이 중무장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며 민감한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북한의 의도가 남북관리구역에서의 유엔사의 개입을 배제하는 것이라면 국방부와 유엔사가 비록 과거 판문점 통과와 같은 전례를 앞으로 준용키로 합의했다고 해도 북한이 여전히 남북관리구역은 별개 문제라며 이번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을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 국방부와 유엔사는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북한은내주로 예정인 금강산 육로 시범관광은 물론, 향후 계획된 남북 경협 절차가 치명적인 차질을 빚는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