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국정원 도청자료' 문건 폭로가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 초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민주당이 반전을 위한맞불카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대선전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통합 21 연합군은 31년만에 양강대결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불과 몇십만표차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폭로전이 본격화될지, 또 된다면 향후 대선정국에 어떤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폭로전 예상 = 한나라당은 지난 28일 국정원 도청자료 의혹을 폭로한데 이어대통령 사과와 관련자 문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때문에 조만간 국정원이 시민단체를 상대로한 도청자료도 추가 폭로, 민주당과 시민단체간 틈벌리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 일각에선 대북지원과 관련된 모 업체가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돈을 살포했다는 `200억원 유입설'을 흘리고 있고,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부동산 등 재산형성과정의 문제점도 들춰내 `서민 이미지'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설도 퍼지고 있다. 특히 통합 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노 후보의 명예선대위원장으로 위촉돼 공동유세에 나서게 되면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 정 대표 관련 각종 의혹도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최근 작고한 이회창(李會昌) 후보 부친과 친인척이 해방직후 `적산'(일본인들이 남 겨둔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 대해 지난 3개월간 면밀하게 추적해온 자료가 있다면서 이를 공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이 후보 주변 친인척 가운데 이미 공개된 병역면제자 7명 외에 추가로 면제받은 친인척 1명을 공개하고, 장남 정연씨 병역면제 과정의 의혹을 입증할 의료관련자료에 대해서도 공개를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취득과정, 자제와 친인척의병역면제 사실 등을 공개함으로써 한나라당의 `부패'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한편, 통합 21측이 준비했던 대(對)한나라 X파일도 선거전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을 수수했다는 설에대해서도 새로운 물증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서청원(徐淸源) 대표에 대해서도폭로공세를 준비중이다. ◇어떤 영향줄까 = 대선기간 쏟아져 나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시간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마구잡이 폭로가 가능하고, 따라서 일단 공격을 받은 쪽은 진실규명이 안된 상태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국정원 도청 문건 폭로가 대선 초반 정국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민주당이 당황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선이 폭로전으로 치닫는데 대해 "민도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폭로전을 리드한 쪽이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두 후보가 이념적 지향성과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가 달라 모처럼 정책대결을 펼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상대 흠집내기를 위한 폭로전에치중할 경우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을 불러오거나 반대편에 대한 동정으로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