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이 초반부터 상대후보를 폭로와 비방으로 깎아내리는 방식의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8일 '국정원 도청자료' 공방을 벌인데 이어 29일에도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주력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안정성'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개혁성'을 각각 내걸어 이미지 차별화를 이루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 비방전 =이 후보는 '노무현 후보=DJ후계자'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후보가 내세우는 '부패정권 심판론'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내가 이기면 호남정권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이라고 현 정권과 거리를 두면서 이 후보를 '부패후보'라고 공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9일 노 후보의 DJ정권 계승약속과 DJ일가 비리 비호, 노 후보 주변의 DJ인맥 등을 이유로 들어 "노 후보는 DJ의 양자"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도 세풍(稅風) 병풍(兵風) 등 각종 의혹사건, 낡은 정치, 정치보복 우려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이 후보는 정권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두 후보 진영은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89%가 나왔다"며 영남표 결집을 유도했고 김용환 의원은 "이 후보는 충남 예산 사람"이라고 지역성을 내세웠다. 노 후보는 부산지역에서 '여러분이 키워줘 후보가 됐다. 고향에온 실감이 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 이미지 차별화 =이 후보는 대법관과 총리 등 풍부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40대 이상의 유권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노 후보에 대해서는 대미(對美)발언 등을 지적하며 은근히 '불안한 이미지'를 부추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대선구도를 보수대 진보의 구도로 유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노 후보는 50대의 개혁성을 부각시키는 '세대교체' 이미지로 20,30대 유권자는 물론 변화를 바라는 40대 표심에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노 후보가 유세장에서 중도개혁 노선을 토대로 노사갈등 해결과 정치개혁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보수가 아닌 수구.특권세력으로 몰아감으로써 자신이 서민을 대변하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창.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