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제정으로 개성공단과 관련한 투자보장이나 기업인 및 기술자 왕래문제, 세금 등 기본적 사안들의 골격이 어느정도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투자결정을 좌우하는 토지분양가, 임금수준, 용수.통신.전력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 구축 문제 등 세부적인 사항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당장 개성공단에 투자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은 경제활동 자유, 투자재산 보장,비자없이 출입증명서를 통한 왕래 등 우리 기업의 투자에 필요한 기본 조건들을 명문화해 개성공단 투자와 관련한 불투명성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법은 그동안 우리기업들이 요구해 온 한국과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도 허용함에 따라 남쪽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대기업의남북경협 전문가들은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기업의 투자결정에 핵심적인 고려사항인 토지분양가, 임금수준,철거보상 등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경의선 철도 및 육로 연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투자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개발업자에게 맡긴 사회간접자본 구축 작업이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추려면 최소한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의 북한 경제제재 해소 여부도 불투명해대규모로 투자하기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고 남북경협 관계자들은 전했다. 삼성 경협사무국 관계자는 "투자의 불투명성이 상당부분 해소되긴 했지만 투자의 구체적인 손익을 따져볼 수 있는 세부내용이 결정되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다"며"이중과세방지협정 등 투자보장을 위해 선행돼야 할 문제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현재 북한과 소프트 웨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건이 마련될 경우 전자단지 건설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G 관계자도 "공업지구법 제정으로 기본적인 윤곽이 짜여졌고 앞으로 세부적인 사안들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개성공단 투자여부를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큰 기업들은 당장 움직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전자, 산전 등에서 개성공단을 포함한 북한지역에 각종 전자 및 기계 부품제조공장을 설립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SK 역시 개성공단 지역에 대한 통신망 건설 등을 포함, 북한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데 반해 개성공단 입주의사를 보였던 중소기업들은 개성공업지구법이 상당히 혁신적이라며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평양근교에서 스위치 등 전자부품 임가공 사업을 하고 있는 제일물산은 개성특구법 발표로 북한 진출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일물산 관계자는 "이산가족인 창업주의 뜻에 따라 교류협력차원에서 월 매출 3천만-5천만원 정도의 작은 규모로 평양에서 임가공 사업을 하고 있지만 개성이 특구로 지정돼 투자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므로 북한투자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창신금속도 개성특구법에 대해 투자.고용의 자유가 보장되는 등 내용이 상당히 혁신적이라며 현재 북한에 진출해 있지 않지만 개성공단 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달 말 개성공단 투자의향서를 받아 현대아산측에 넘겨준 명단은 총 215개사에 달하며 이를 포함, 최근까지 현대아산측에 개성공단 분양을 신청한 업체는 모두 500여개사로 이들은 모두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들 역시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이 투자유치를 위한 기본법으로 갖춰야할 내용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세부적인 내용에 관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한국기업들의 진출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남북경협위 관계자는 "북한의 투자유치 의지가 특구법에 담겨있기는 하지만 남북간에는 경수로 문제나 경의선 연결문제 등 불투명한 부분이 많아 우리기업들이 북한의 움직임에 선뜻 동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우리기업이 투자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은 물론 상당수 기업들이 북한 문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게 중론"이라며 "상의 역시 당분간은 투자시찰단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동북아센터의 정오영 팀장은 "특구법의 내용이 상당히 진보적이며 앞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4대 합의서가 발효되면 개성공단이 투자보장 및 안전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리로 따져보면 개성공단은 한국기업에게는 사실상 수도권 공단인데다 인건비도 싸기 때문에 기업들이 잘만 활용하면 경쟁력 확보나 판로확보 등에서 매우많은 이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투자 여부를 떠나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역협회 남북교역팀 관계자도 "특구법이 기본법으로서 갖출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세부적인 사항이 결정되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이 중소기업 진출여부의 관건"이라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공단 분양전에 중소기업들을이끌고 개성공단 현장을 찾아가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방북의사를 시사했다. 한편 삼성 남북경협팀은 이달 중순 북한을 방문했고 SK 계열사들도 지난달 북한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LG도 현재 진행중인 경협사업을 점검하고 투자여건을살피기 위해 방북을 추진하고 있어 대기업들의 남북경협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경련과 기협중앙회도 개성공단과 관련, 투자시찰단을 북한에 파견할 뜻을 비추고 있어 남북경협의 열기가 서서히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김희선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