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22일 사실상 타결됐다. 양측은 전날 협상 중단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등 한때 감정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했지만 노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 후보측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히면서 타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에 앞서 양당 협상단장인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과 통합 21 민창기(閔昌基) 홍보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접촉을 통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한역선택 방지장치 등을 절충, 타결의 계기를 마련했다. ◇민주당 = 노 후보는 본부장단회의가 끝난 뒤 오전 10시35분께 당사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마지막 해결되지 않고 있는 쟁점에 대해 정 후보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노 후보의 기자회견 전에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이 감돌던 당내 분위기가180도 전환된 순간이었다. 노 후보는 "마라톤보다 훨씬 지루하고 긴장된 협상이 계속돼 왔지만 쟁점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오늘 저녁으로 예정돼 있는 TV토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강조했다. 김원기(金元基) 상임고문은 노 후보의 결정에 대해 "후보가 당사에 오기전에 이미 마음을 결정한 것 같았다"며 "후보께서 국민과의 약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며 노 후보가 `실리'보다 `국민과의 약속'을 존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고문은 "양쪽은 국민앞에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약속을 한 집단이기 때문에서로간에 우애와 힘을 합치는데 지장이 되는 일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며 "그러나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프다"며 최근 협상과정에서 통합 21측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TV토론 일정과 관련해서 김한길 미디어본부장은 "토요일 심야시간대에 TV토론을통한 후보검증이 다음날 여론조사에 모두 반영되긴 어렵다"며 "오늘저녁에 TV토론이실시돼야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후보의 기자회견에 앞서 선대위본부장단회의에선 국민통합 21측이 합의사항을 거듭 번복하고 여론조사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된 역선택 방지조항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정 후보에 대한 단일화 의지를 의심하기도 했다.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은 "여론조사 방법이 유출됐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주장한 통합 21측이 어제 재협상에서 일요일 합의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요구조건을 관철시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며 통합 21측이 합의사항을 거듭 번복해 단일화가무산시점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통합 21측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 가능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한데 대해 "단일화 열망과 배치되는것으로 원칙이 자꾸 무너지고 합의가 번번이 파기돼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김경재(金景梓) 홍보본부장은 "처음부터 유출에 따른 재협상은 핑계였다"고 21측의 단일화 의지를 폄하하기도 했다. 특히 전날 정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분권형대통령제를 공약을 채택한데 대해서도 일부 참석자들은 "양진영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원기 고문은 "온 국민의 관심이 단일화에 쏠려있는데 정 후보가 어제 분권형대통령제를 주장한 것은 국민앞에서 두 후보가 `러브샷'하고 우리와 운명을 같이 하는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순형(趙舜衡) 상임고문도 "단일화가 성공해 승리하면 공동정부 연립정권이 된다"며 "단일화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발표할 수 있느냐"고불만을 표시했고, 김경재 위원장은 "결혼식을 앞둔 신부가 다른 남자와 맞선보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통합 21 =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정몽준(鄭夢準) 후보와 민창기(閔昌基) 후보단일화추진단장 등이 모인 가운데 전략회의를 열고 협상대책을 숙의했다. 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민 단장 등에 협상 경과를 묻고 협상단의 노고를 치하했으나 협상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당직자들은 대부분 민주당 쪽의 진의를 의심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협상타결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행(金 杏) 대변인은 "오전 9시 합의문 서명직전 민주당 측에서 이미 양측이오랜 시간을 갖고 충분히 토의해 합의된 합의문안에 포함된 문항에 대해 재심의를요구했다"고 민주당에 공을 넘겼다. 김민석(金民錫) 선대위 총본부장은 "누구도 사적인 이해 관계에 기초해 협상을파기할 수 없다고 본다"며 "사인만 남겨둔 합의문이 파기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오전 10시 40분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22일 TV토론을 전제로정 후보가 요구한 모든 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당내에서는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며 들뜬 분위기로 반전됐다. 당 공보팀은 11시께 정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기자실에 고지했으나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 비서실장이 통합 21 민창기(閔昌基) 후보단일화추진단장에게 두가지 조건을 내걸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정 후보는 "내가 굳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느냐"고 한동안 기자회견을 거부하다 참모들의 계속된 건의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신 실장의 제안을 철회한 것인지에 대해 민주당이 분명한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어 이런 혼선을 다 정리한 다음에 입장을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소 애매한 입장만 밝힌 뒤 퇴장했고 민 단장도 "갑자기 그런 얘기가나와 혼란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노 후보 제안에 대한 수용인지, 거부인지 명확히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김 총본부장은 "우리는 노 후보의 기자회견을 어제 합의문대로 가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즉시 만나 어제 합의안에 서명할 것"이라며 노 후보 제의에 대한 원칙적 수용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 김범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