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어 지난 7,8일 의결정족수가 미달된 상태에서 본회를 통과해 무효 논란이 일었던 47개 법안을 전자투표를통해 50분만에 일사천리로 `재통과'시켰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이 이석한 동료 의원들을 대신해 투표함으로써 물의를 빚었다. 민주당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자리를 비우자 법안 3건을 대리투표 하다 국회 사무처 직원으로부터 `주의'를 당하는 장면이 기자들에게 목격됐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 의장도 `대리투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옆자리의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대신 투표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박관용(朴寬用) 의장은 인사말에서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을이상유무만확인해 의결하던 과정에서 본회의장 주변의 의원들까지 재석의원으로 포함시켰던 관행을 탈피, 의결정족수 논란을 원천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 전자투표를실시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또 "의원들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모든 안건을 국회법에 따라 전자투표로 처리하겠다"고 밝혀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투표가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는 전체의석 272석 가운데 최대 187명까지 참석했으며, 심사보고와제안설명 없이 곧바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다. 일부 의원은 투표과정에서 기기조작 미숙으로 가끔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이기도했으나 전자투표기의 오작동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의원들은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이석하는 사람이 거의 띄지 않았고, 일부 의원은 본회의장 뒷자석에 설치된언론사 카메라를 자주 쳐다보는 등 카메라를 의식하기도 했다. 이날 대선후보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후보는 일정관계로 참석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 등 당중진들은 종래에 비해 많이 참석했다.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선거전략회의에서 "헌정사상 처음있는 법안통과 무효로 인한 재의결은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자성했고,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도 "앞으로 국회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히는 계기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근진(李根鎭) 의원은 본회의장 의석이 정리되지 않아 민주당 의석에 앉아 투표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