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8일 심상명(沈相明) 전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법무장관에 임명하고 김각영(金珏泳) 법무차관을 검찰총장에내정한 것은 민주인권국가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킨 `피의자 구타사망' 사건의 파문을 조속히 수습하고 검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과 대선의 공정관리 의지를 분명하게 천명하려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선숙(朴仙淑) 청와대 대변인은 "다가오는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검찰이인권과 민주주의 국가의 검찰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중립성, 조직 장악력, 업무추진력, 신망도 등을 감안해 기용했다"고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김 대통령이 `심상명-김각영' 라인업을 구축한 배경은 검찰이 `구타사망'과 `물고문' 파문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데매진해 줄 것을 주문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참으로통탄할 일"이라면서 "구구한 변명이나 집단이기주의는 버리고 검찰 스스로 철저히반성해 다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검찰을 강도높게 질타한 바 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김 대통령과 정부로서는검찰 청사에서 피의자가 검찰 수사관들의 `구타'에 의해 사망하고 물고문까지 이뤄진 정황이 확인된 것을 "있을 수 없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 장관은 법무부 인권과장, 광주고검 차장, 전주, 광주, 수원지검장, 부산고검장을 거쳐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정권 시절인 97년 8월 광주고검 검사장을 끝으로 검찰 일선에서 물러난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재야 법조인. 땅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무행정의 총책임자를 재야 법조인으로 임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새 법무장관에 기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새로운 법무.검찰 수뇌부에 대해 `검찰의 내부개혁'을 주문하면서 검찰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한 측면도 엿 볼 수 있다. 이는 검찰총장을 외부에서 발탁하지 않고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검 공안부장,서울지검장, 대검차장 등 법조요직을 두루 거친 김각영 법무차관을 승진, 기용한데서 알 수 있다. 물론 검찰총장을 내부에서 발탁한 또다른 이유는 외부에서 수혈된 이명재 전 검찰총장이 검찰의 대국민 신뢰회복이라는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채 또다른 오점을 남기고 `도중하차' 한데 따른 반작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아울러 김 대통령은 전남 장성 출신 심 전 이사장을 법무행정의 총수에 발탁하고, 충남 보령 출신 김 차관을 검찰총장에 내정함으로써 `호남 장관-비호남 검찰총장' 구도를 짰다. 김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과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염두에 두고 이번 인사를 단행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신임 심 장관은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정치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는 `비정치적 인사'로 꼽히고 있다. 또 충청권 출신인 김각영 차관을 검찰총장에 내정한 것도 대선 중립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의지는 확고하다"면서 "이같은 의지는 앞으로 대선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