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연말 후원회 행사장이 썰렁해졌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이면 "보험"을 들려는 인사들로 붐빌 법도 한데 사정은 딴판이다. 정치풍토가 상대적으로 깨끗해지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준 측면도 있지만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선구도가 "1강(한나라당 이회창 후보)2중(민주당 노무현,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양상을 보이면서 정당별로 의원들의 주머니사정도 달라지고 있어 세태변화를 실감케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후원회 모금액은 그나마 현상유지를 한 반면 민주당은 상당수 의원이 예년의 '반토막'에 그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김대중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후원회에는 봉투를 든 사람들로 북적이던 과거와는 달리 의원 40여명을 포함해 5백여명만이 참석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지난 5일 후원회를 열었던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측은 "올해 후원금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해(2억2천7백여만원)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기배 의원측도 "경기가 좋지 않아 지난해(1억3천2백여만원)보다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경률 의원은 "후원회에 1천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며 "후원금액은 지난해(1억9천8백여만원)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의원도 "후원회 참석자는 15대와 비슷했고 모금액도 예전과 거의 같다"며 "나는 많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철새정치인'에 대한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달 중순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완구 의원의 8일 후원회에는 1백여명이 참석하는데 그쳤고 그 중 현역의원은 10명을 채우지 못했다. ◆민주당=지난해 4억7천3백여만원의 후원금을 받아 모금순위 9위를 기록했던 정동영 의원은 7일 후원회 행사에서 2억원에도 못미치는 모금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인 이훈평 의원도 후원회 직후 "후원회 모금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개별후원금까지 합쳐 2억9천3백여만원(모금순위 44위)을 모금했으나 올해는 2억여원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당 대변인인 이낙연 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3천여만원 줄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쯤되자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후원회를 열 엄두가 나지 않는다"(이용삼 의원)고 말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이재창·김동욱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