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98년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에게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을 제의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고 강영훈(姜英勳) 전 총리가 7일 밝혔다. 강 전 총리는 이날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홍콩지부 초청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중국은 당시 북한에 대해 경제특구를 설립하려면 휴전선 근처에 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신의주 특구에 대한 중국의 반대를 망각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연행할 수 있는 양빈(楊斌) 주석을 초대 행정장관으로 임명했다"면서 "신의주 특구는 김정일 위원장의 졸속작"이라고 지적했다. 강 전 총리는 "북한 정권은 군사력을 통한 혁명 완수에서 경제력 배양 쪽으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최근 북일 정상회담이나 핵개발 계획 시인도 경제부흥을 위한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0년 남북 총리회담 당시 김일성(金日成) 주석과의 면담 때를 회고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불가침선언과 남북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논의하자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제안을 전달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김일성 주석은 그런 실무 문제는 남북 총리들이 논의할 문제이며 정상들은 차를 마시며 서명만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1개 국가 1개 민족으로 2개지방 정부를 만들자는 말만 되풀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강 전 총리는 "김일성 주석을 처음 보는 순간 아주 소탈하며 마음씨 좋은 시골할아버지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만약 김일성 주석이 더 오래 살아 있었다면 남북관계는 커다란 진전을 보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관련, "북한을 도와준다는 것에는 절대적으로 찬성하지만 안보 문제 만은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안보 문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