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친 홍규 옹의 빈소가 마련된 삼성의료원에는 1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정.관계, 재계, 종교계, 언론계 등 각계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 후보측은 이날 오전 8시10분께부터 일반 조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했지만 장례식장 주변에는 1시간여전부터 각계 인사가 모여들어 하루종일 3천여명의 조문객이다녀갔다. 0...이 후보는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홍규옹에 대해 "아버님은 엄격하고 바르게 살려고 했던 분으로 뭐든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면서 "중학생시절 가출했을 때 `자식에 대한 진심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한번 느꼈고 평생 엄하셨다"고 회고했다. 이 후보는 또 "(대선때까지) 견디실 줄 알았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 후보는 쇄도하는 조문객으로 교통혼란 등 시민들에게 불편을 줄 것을 우려,당직자와 당원들에게 문상 자제를 당부했고, 2일 장례행렬도 승용차 대신 가족용,당직자용, 후원회원용으로 버스 1대씩 3대만 단촐하게 운행토록 했다고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이 전했다. 홍규옹의 입관식에는 이 후보의 모친 김사순(金四純) 여사도 참석했고, 병역비리 의혹을 받았던 장남 정연씨도 오후 6시40분께 당직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빈소에도착했다. 이 후보측은 저녁식사때와 보도진이 빈소를 취재할 때는 정연씨를 내실에 있도록 하는 등 언론 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었다. 0...이날 빈소에는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한광옥(韓光玉) 정균환(鄭均桓) 최고위원,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장세동(張世東) 전 안기부장 등이 다녀가는 등 `조문정치'가 이어졌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 김석수(金碩洙) 총리, 이종남(李種南) 감사원장, 유지담(柳志潭) 중앙선관위원장, 조부영(趙富英) 국회 부의장, 서영훈(徐英勳)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빈소를 찾았다. 지난 97년 대선과정에서 관계가 소원해진 이수성(李壽成) 전 총리내외와 한나라당이 한때 대립각을 세웠던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과 이종찬(李鍾贊) 전 국가정보원장도 조문했다. 재계에선 김창성 경총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회장등이, 종교계에선 김수환(金壽煥) 추기경과 정대(正大) 조계종 총무원장, 태고종 총무원장인 운산 스님, 조용기 목사, 김장환 목사 등이 문상했고 리 빈(李 濱) 주한중국대사도 조의를 표했다. 0...노무현 후보는 오후 8시30분께 이낙연 대변인, 신계륜 후보비서실장과 함께도착, 조문한 뒤 접객실에서 김진재 최고위원, 권철현 후보비서실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 10여분간 언중유골의 대화를 했다. 노 후보가 "내일 부산 탈환하러 간다"고 운을 떼자 권 실장 등은 "꼼짝 못하고 발이 묶였을 때 많이 뚫어 놓으세요. 내일은 마음놓고 다니셔도 되겠네"라고 응수했고, 권 실장이 "링에 올라가면 노 후보가 제일 잘 할 것"이라고 하자 노 후보는 "링에 올라가면 규칙대로 하기 때문에 게임이 된다"고 받았다. 또 노 후보가 "돛단배를 타다보면 바람이 갑자기 죽어 꼼짝을 못할 때가 있는데그때는 바람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부산 바람이 자주 바뀐다"고 말하자 권 실장은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둘러쳤다. 김종필 총재는 오전 조부영 부의장, 김종호 정진석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김 총재는 조문 후 양정규 의원이 "잘 좀 도와달라"라고 하자 "사돈 남말하고 있네"라고 응수하고 "조의금을 가져왔으나 안받는다고 하니 어떡하지"라고 하자 양의원은 "다른 것으로 도와달라"며 거듭 `대선 부조'를 기대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표가 조문을 마치고 돌아갈 때 권철현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장례식장 입구까지 배웅해 눈길을 끌었으나 박 대표는 "우리 당에서도 예의를 갖춘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광역단체장중 이날 유일하게 조문한 자민련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는 조문 후 `어려운 걸음했다'는 질문에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인데어려울 게 뭐 있느냐"고 말하고 `김종필 총재와 끝까지 가느냐'는 질문엔 "김총재가당을 지키는 한 총재와 함께 자민련을 지키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0...전두환 전 대통령은 측근 20여명과 함께 빈소를 찾아 "(이 후보) 아버님께서 중요한 시기에 상당히 도움을 주시는 것 같다"고 이 후보를 위로했다. 일본 와세다(早稻田) 대학 특강을 위해 일본을 방문중인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함께 간 박종웅(朴鍾雄) 의원을 급히 귀국시켜 조의를 표하고, 박 의원이 빈소에서 연결한 휴대폰 통화를 통해 발인 날짜와 장지 등 장례절차를 상세히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일부러 박 의원까지 보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답례하고박 의원에게도 "잘 말씀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최규하(崔圭夏) 전 대통령은 최흥순 비서실장을 대신 보내 조문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