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북핵 위기 때 미국측의 해법이 `영변 핵시설 폭격 계획'이라는 단선적 방법이었다면 이번 비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따른 해법은 `북측의 선(先) 핵 포기'라는 확고한 원칙 하에 일단 출구를 열어놓은 유연한 대처로 비교가 된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정상회담을갖고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후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면서 향후북측의 태도에 따라 대응조치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대응 방안이 마련된 것은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시작된 지난93년 핵위기 때와는 다른 북측 태도나 국제정세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3년 북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결의가 나오자 NPT 탈퇴 및IAEA와의 협상을 전면 거부하고 나서는 등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고 이에 따라 미국은 이듬해 여름 영변 폭격계획을 한때 세웠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태평양함대가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하고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전투비행단 전투기 수백대가 폭격준비를 했던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金日成) 주석을 만나 핵 개발을 경고하고남북 정상회담을 중재해 다행히 영변폭격 계획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직면했던 셈이다. 그렇지만 북측은 `선(先) 핵포기'를 거부하면서도 당시와는 달리 지난 25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일단 내세웠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박길연(朴吉淵) 대사 기자회견을 통해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일 정상과 함께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는 것을원하지 않는다"는 행보를 취한 것은 이러한 정세가 충분히 감안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측이 지난 93년 핵위기 때와 달리 일본, 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개선을 꾀하는 등 국제사회 편입을 가속화 하며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남북, 북일 대화채널이 열려 있어 북한을 핵문제 해결로 충분히 끌어낼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부시 대통령이 한.일 정상과 함께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 △남북.북일 대화통로를 활용한 해결에 입장을 같이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미국측이 지난 93, 94년 북핵 위기 때와는 달리 `평화적 해결' 노력이라는북측 대응에 따른 또 다른 출구를 열어 둠으로써 북측이 전향적 태도를 취할 경우북핵 문제가 대화로 풀릴 가능성이 아직은 열려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