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불가침조약을 제의하며 사실상 `선(先) 핵포기'를 거부했음에도 불구, 한.미.일 3국은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0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멕시코를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7일 새벽(한국시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및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이날 회담에서 3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큰 틀의 대북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알려져 회담 결과가 향후 북한 핵개발 사태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 카보스 웨스턴 레지나 호텔에서 열릴 회담에서 3국 정상은 우선 "북한 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에 인식을 같이 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침조약 제의에도 불구, 북한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북한의 태도를 주시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할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장관은 북한의 불가침조약 제의에 대해 "배경 등을 세밀히 검토해 봐야 하지만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한미간기본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무력동원이나 경제제재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국면이 전개되면서 한.미.일 3국과 북한의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과 미국간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의 유.무효 여부도 3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명확히 적시되지 않음으로써 일단 존속되면서 향후 북한측 태도에 따라 무효화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3국 정상은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북한은 즉각 핵개발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는, 또 다른 원칙에도 의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각 핵개발 포기'가 `선 핵개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한미일 정상들이 북한 핵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평화적 해법이 모색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그대로 밀어붙일 조짐이 포착되거나 핵개발 포기선언을 장기간 유보한 채 문제해결을 미룰 경우 한미일 3국은 북한에 대한 단계적인 압박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lrw@yna.co.kr (로스 카보스=연합뉴스) 이래운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