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대화를 통한평화적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 스스로 핵개발계획을 포기하도록 강력히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제10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로스 카보스에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콜린파월 미국무장관간 북핵사태 이후 첫 긴급 외무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오전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이런 합의를 기초로 북한 핵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되 북한이 핵개발계획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발표가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장관은 이날 새벽 로스 카보스 피에스타 아메리카나 호텔에서 파월장관과 약30분간 북핵사태에 대한 후속대책을 중점논의하고 "북한 핵개발문제는 매우 심각한사안으로, 이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장관은 이 자리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사태의 해결을 희망한다"는 우리측 입장을 거듭 확인한 뒤 "(북핵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자"며남북대화의 유효성을 미측에 강조했다. 최장관은 또 북핵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되 그 방향은 대화와 설득을 원칙으로 하되 남북한 기합의된 사항의 이행과 그 틀 속에서 해결해 나가겠다는우리 정부의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 최장관은 따라서 "평화적 해결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미-북한간 제네바 기본합의의 지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신중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파월장관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추진하는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도 (북핵사태에 따른) 한반도 위기조성을 원치 않는 만큼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계획 시인으로) 제네바 기본합의의 무효화를 선언했기 때문에 제네바 합의가 온전한 상태는 아닌 만큼 합의의 장래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은 이어 북핵사태에 대한 한국내 여론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미국은 (북핵문제로) 한국에서 위기감이 조성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한국 국민이 인식해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외무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은 한반도 평화적 해결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선(先)철회를 전제로 내세운 북한의입장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조건부 대화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미국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와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정,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등 4가지 원칙을 위반했다는입장"이라고 강조하고 "따라서 미국은 북핵문제가 선결되지 않을 경우 미-북한 관계개선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핵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압박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미정부의 입장"이라며 "북한이 핵개발계획을 포기하거나 폐기용의를 표명하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개선대화 등 모든 대화에 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카보 산 루카스(멕시코)=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