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이 지난 17일 '북한 핵 개발 시인'을 발표한지 닷새가 되도록 핵 개발 의혹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제네바기본합의서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남북장관급회담 남측 대변인은 23일 '북측이 핵 개발을 시인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동보도문에 언급된 내용 이상을 추측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그러한 취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북한 뉴욕대표부의 한 고위 인사가 지난 19일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핵 의혹에 대해 "시인한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다"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 평양방송이 21과 22일 잇따라 '제네바기본합의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미루어 '핵무기 개발 계획 시인'에 대한 북한의 침묵은 미국의 주장을 '묵인'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북한이 '기본합의서 이행'을 강조하는 것은 20% 가량의 공사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신포 경수로 완공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등 기본합의에 명시된 미국의 의무 이행을 강조하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면서 닷새가 지나도록 '핵 개발 의혹'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북 핵개발 프로그램을 억제할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북미 합의를 도출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 핵개발 시인'이 북한의 핵을 앞세운 협상용이라는 견해도 여기에서 나오고 있다. 아직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조짐은 없으나 양측 모두 '대화'를 강조하고 있어 제네바합의를 대체할 수 있는 대타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이 21일 "북한의 평화적 무장 해제'를 강조하고 같은날 제네바합의 타결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관계대학원장이 북미대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높여준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