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간 8년전에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 파기 여부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한.미.일 3국을 포함한 관련국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입장을 조율해나갈 방침이다.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미사일.재래무기.인권문제를 체제인정, 미국의 적대정책과 경제봉쇄 해소로 `빅딜'해 동시에 풀어나가자는 `일괄타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1일 평양에서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을 접견하고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안보상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데서도 이같은 전략이 드러났다. 북측은 일단 공을 미측에 다시 던지면서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신호를 줘 극적반전을 통해 북핵문제가 해소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당사국인 한미 양측이 어떻게 공동대응 전략을 조율해 나갈지 세밀한내막은 아직 미지수이다. 대다수 한미 외교.군사당국자들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21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시인과 관련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그렇지만 한미 양측의 해결 방안에는 다소 다른 뉘앙스가 풍기고 있어 어떻게 시각차를 줄여 접점을 찾아갈 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측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다뤄나가기 위해 남북 대화와 한미일 공조 등을 동시 추진해 나가는 이른바 다각적인 `병행전략'을 취하고 있다. 정 통일장관도 장관급 회담에서 "조속한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북미 양측에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외교채녈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하면서도 제네바 합의 파기를 경고하는 등 북핵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이 핵 문제를 먼저 풀지 않는 한 경제.외교적 지원이라는 `과감한 접근법(bold approach)'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북 협상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과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관철한다는 압박전술로 정리될 수 있다. 따라서 북측이 원론적 입장만을 계속 강조한다면 선(先) 핵 프로그램 포기, 후(後) 협상을 내세우며 압박전술을 구사하는 미측과는 다소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 26일 멕시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에대해 관련국 정상간에 어떤 해법이 도출될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