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 등을 담고 있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하고 나설 경우, 북한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0일 미국 정부가 그 동안 관계개선의 틀을 유지해 왔던 제네바기본합의 파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으나 전문가들은 미국측이 동맹국과 협의를하는 도중에 이런 결정을 단독으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이 지난 93, 94년 때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위기상황이 급격히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지만 한미 양국은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화 채널을 가동하며 대북 문제를 협의해 나가고 있다. 일단 북측은 핵개발 프로그램과 관련,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조기 핵사찰 허용 및 핵 프로그램 포기 △미국의 핵관련 내용 왜곡 주장 등의 태도를 취할 수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측이 긍정적 조치를 취하고 나설 경우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중대한 경제ㆍ외교적 조치로 취하겠다"는 미국측의 '과감한 접근(bold approach)'이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측이 미국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나선다면 한반도 정세는 지난 93, 94년과 비슷한 위기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3년 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평북 영변의 2개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결의하고 나서자 북한은 다음달 즉시 NPT 탈퇴 선언과 함께 IAEA와의 협상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물론 북측이 일괄타결안을 제안하고 핵사찰을 수용해 문제가 가라앉기는 했지만"선전포고로 간주한다", "실천적 조치를 취하고 나설 것이다"라는 등의 설전이 오감으로써 분위기가 적잖이 험악했었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대로라면 미국측은 북측의 핵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북한에 매년 50만t의 중유를 제공하고 경수로를 건설해 주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제네바 기본합의를 파기하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결정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핵개발을 다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측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경수로 사업이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국제 컨소시엄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중단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는 또 "현 상황이 지난 93, 94년도와는 다르지만 북한이 그때와 같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나선다면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몇가지사항을 미국이 보장한다는 조건 아래 협상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