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선거대책위의 신기남(辛基南) 정치개혁추진본부장이 16일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향해 "당 대표의 지위와 역할을 망각했다"고 비판했다. 신 본부장이 지난 11일 대북 4억달러 지원설과 관련,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사퇴를 거론한데 대해 한 대표가 15일 의원총회에서 "야당 공세에 무조건 동조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한데 대한 반격이다. 신 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4억달러 지원설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이며 정당한 요구"라면서 "이를 맹목적인 허물 감싸기로 배척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 "선대위와 당의 분리를 부정하고 대통령후보 선대위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적이고 과도한 월권적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는 이근영 금감위원장을 교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현대상선 대출 당시의 총재가 금융감독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남아있는 한 금융개혁의지와 성과가 총체적으로 의심받는 사태로 발전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천정배(千正培) 의원도 "금감위원장 사퇴 문제는 후보도 승인한 문제인데 당 대표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가세했다. 신 본부장은 또 "민생문제가 산적한 국회를 수일간 공전시키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정당으로서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며 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에 따른 대정부질문 거부를 비판했다. 이같은 양측간 갈등은 단순히 4억달러 지원설 이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당-선대위 이원화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은 재정문제와 관련, "선대위 출범이후 지금까지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재정상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선대위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헌 96조에 선대위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돼 있는데 출범 보름이 지나도록 한 푼도 재정지원을 받지 못해 우리가 여기저기서 빌려다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당의 비협조를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신 본부장의 기자간담회를 보고 받고는 "내가 알았으면 말렸을 텐데..."라고 말해 당내 갈등의 확산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천 의원도 "후보하고 조율한 것은 아니다. 정개추의 입장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신기남.천정배 두 의원은 노 후보의 최측근이고 최근 당내의 후보단일화 움직임과 관련, 한 대표의 태도에 대한 선대위측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점에서 당내의 집단탈당 움직임과 맞물려 또 다른 전선의 형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의 한 측근은 "야당의 대북정책 흠집내기 전략에 말려들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대응을 자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