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통령후보는 9일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유세 신설, 재벌 해체, 선도적 군축론 등 정책적 진보성을 강조하는 데 역점을 뒀다. 권 후보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경제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최근 브라질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동당의 룰라 후보를 자신과 비교하기도 했다. 패널들은 민노당 강령에 나타난 토지 국.공유화 등 정책의 '과격성'을 집중적으로 따졌고, 권 후보는 당의 진보적 정체성과 대중성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적절한 답변을 찾느라 진땀을 뺐다. 문창극(文昌克) 관훈클럽 총무는 인사말에서 "과거기준으로 볼때 권 후보가 여기에 나올 자격이 있는지를 토론했다"며 "여론조사를 보면 당선 확률이 무망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한국정치사에서의 비중이 결코 떨어지지 않고 국민에게 이런 후보가 있다는 것을 알려서 우리 정치를 정책구도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해서 모셨다"고 초청 배경을 밝혔다. 권 후보는 문 총무의 발언에 대해 "저를 초청한 이유를 말했는데 뜻깊게 받아들인다"면서 "다른 토론을 아무리 잘해도 관훈토론을 통과하지 못하면 자격시비가 걸릴 것 같아서 굉장히 긴장되고 철저히 검증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노조 관련 집회 횟수가 얼마나 되나. ▲머리띠 매고 삭발하고 단식하고 농성하고 셀 수 없을 만큼 집회를 많이 가졌다. 소외되고 억압받는 노동자와 함께 하는 집회였고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과격하고 붉은 머리띠로 인식되는 권영길의 모습이 오늘 여기서 바뀌리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노동문제와 관련, '과격한 행동이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잘못 전달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동자편이라지만 지난 정권보다 노동자, 농민을 더 탄압해왔다. 과격한 행동이 필요없는 상황은 아니다. 필요없을 상황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지율이 1-3%에 불과한데. ▲민노당 후보의 활동은 언론에서 배제돼있다. 언론이 보수와 진보진영을 균등배분해줘야 한다. --권 후보는 2020년쯤 진보정당의 집권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9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아직 척박한 땅이라서 집권 목표기간을 최대한 잡아보면 2020년까진 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그랬다. 그러나 최근에는 10년안에 집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번 대선에 지면 총선에 나가나. ▲당선 가능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나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지금은 모든 힘과 당력을 대선에 쏟아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다른 당처럼 이합집산하고 흩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것이 진보정당이 보수정당과 다른 부분이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의 연대가 유리하다면 힘을 합칠 생각이 있나. ▲노 후보가 연대를 제의한다면 본질적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 후보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중도개혁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도 연대를 제의한다는 것은 스스로 중도주의가 아니고 진보진영 후보라는 것을 얘기하는 셈이 된다. --노 후보 정책이 민노당과 비슷해진다면 후보 사퇴할 의향은. ▲비슷해지는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노 후보는 부유세가 국민저항 때문에 실현될 수 없다고 했지만 국민 70%는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재벌부분은 개혁성을 내세우기 위한 언술이라고 본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 가운데 누가 집권하든 차이가 없다고 보나. ▲이회창과 노무현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 후보 당선을 막으려면 반창연대를 선결적으로 해야 한다고 하는데, 보수정당끼리 반창연대 한다면 뭐라하지 않겠다. 노무현과 길이 다르다. 왜 권영길을 끌어들이려 하나. --민노당 강령을 보면 민중 개념을 자주 쓰는데.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을 민중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당을 이름이 아닌 정책으로 평가해야 한다. 대중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술집을 했다는데. ▲술집이 아니고 죽집을 했다. 건강식 사업을 했는데 찾는 분이 별로 없었다. --당 강령은 사적소유 제한, 토지 국공유화를 주장하는데 헌법과 배치 안되나. ▲사적소유를 철폐하자거나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특정지역에 한해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령에는 직접민주주의를 한다고 돼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국회를 부정하지 않는다. 예산심의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국회의원이 당선후 기업체 돈을 받고 구속되는 등 제 역할을 못하면 주민소환제를 실시해야 한다. --민노당은 원내 의석이 없어 법 개정을 주도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권영길이 당선되면 의원 200여명중 3분의 1은 몰려들지 않겠는가. --공산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중간쯤을 추구하나. ▲중간쯤일 수도 있고, 더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시장 만능주의도, 시장 효율성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전당원의 간부화' 등 표현이 대중정당이 구사할만한 언어인가. ▲당원들이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고, 한국정치 발전과 소외된 노동자 농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용기를 북돋워주려고 한 말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이재오 의원 등 진보정당을 함께 했던 분들을 평가해달라. ▲지금은 수많은 노동자들로부터 노동자를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거자금 조달방법은. ▲철저히 당원들에 의존할 것이고 특별당비를 5만원이상 낼 것이다. --군축은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후방 병력 정비를 통해 전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북한의 군축을 이끌어낼 수있다. 이 바탕위에서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 등을 포괄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 --주한미군 즉각 철수 주장이 오락가락 하는데. ▲일관되게 단계적 철수를 얘기했다. 현실적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행정협정(SOFA) 개정문제부터 접근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왜 한반도에 와있다고 보나. ▲주한미군 주둔 목적은 북한보다는 중국을 억지하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 일본미국을 포함시켜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주둔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김 위원장을 만나면 생각이 옳지 않으니 바꾸라고 얘기할 것이다. --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고 의무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20만명을 감축하려면 18개월로 단축해야 한다. 2단계는 상호군축 합의다. 미군 재배치 등 철수문제도 합의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모병제로 바꿀 수 있다. --대북지원에 현대 재벌을 내세우는 것은 안된다고 하고 공적기구에서 해야 한다고 했는데 보수파 논리와 비슷한 것 아닌가. ▲김대중 정권은 재벌 이익에 맞추는 교류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상회담개최를 위해 현대상선을 통해서 지원했다면 엄청난 문제다. 햇볕정책은 용어가 적당치 못하다. 흡수통일로 오인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을 평가하면. ▲만나면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다. 정보가 제한적이다. --북한의 개인숭배가 옳은가. ▲개인숭배가 있다면 잘못이다. 조선노동당은 대화와 협상의 상대자다. 조선노동당을 적으로 만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게 가능하지 않다. --방북을 신청했는데 대선 앞둔 시위적 효과를 노린 것인가.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통일논의를 광범위하게 하자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탈북자는 인도적 원칙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 탈북자 강제송환은 안된다. --국정원, 기무사 등 억압적 국가기구의 폐지를 주장했는데. ▲현재의 억압적 기구는 해체돼야 하며, 새로운 기구가 구성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