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9대 의혹을 거론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한 대표가 "이 후보 9대 의혹은 명백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며 아들들 병역과호화빌라 문제 등을 지적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녹음테이프가 가짜로 입증됐다" "김대업하고 똑같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며 야유를 보냈고 민주당 의원들은 "곧 진실이 밝혀진다"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받아쳤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의 반발이 계속되자 당초 연설문에 없는 "하늘이 두쪽 나도진실은 진실이다"며 이 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의 `하늘이 두쪽 나도..' 발언을 차용하는 등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본회장에 들렀으나 한 대표 연설 직전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연설은 듣지 못했다. 연설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이 "잘했다"며 악수를 청하자 국회 주변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모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는 반응이었고 이만섭(李萬燮) 의원은 "연설만 잘했다고 하면 뭐하느냐. 당이 똘똘뭉쳐 단합해야지"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편 한 대표는 연설 서두에 "솔직히 말씀드려 어제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 대표께서 하신 연설을 듣고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아무리 통치자가 독재자였다 하더라도 국민과 정부가 이뤄놓은 국정의 성과마저 송두리째 부정한 적은 없었으며 지난 4년8개월동안 한나라당이 단 한번도 정부를 격려하기는 커녕 건설적인 비판이나대안을 내놓은 것을 보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의 연설문은 전날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현정권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자 반박내용을 첨가하기 위해 이날 새벽 3시께 완료됐으며, 연설문작성에는 이낙연(李洛淵) 대변인, 배기선(裵基善) 기조위원장, 김한길 선대위 미디어특별본부장, 이병완 정책위 부의장 등이 참여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승현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