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이 2000년 10월 이후 중단되어온 국교정상화 교섭을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재개한다. 지난달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수교협상 재개방침이 예정대로 실현되는 셈이다. 그러나 2년만에 모처럼 다시 열리는 수교교섭에 임하는 양측의 전략과 태도에는큰 차이가 나고 있어, 회담의 난항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저지른 납치사건의 진상규명 및 보상 등을 최우선 과제로삼고 있는 반면, 북한은 경제난 타개를 위해 경제협력의 조기실현을 관철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으로서는 지난 9월28일부터 10월1일까지 정부조사단을 평양에 파견해피랍사망자 8명의 사망경위 등을 파악했으나, 조사결과를 놓고 오히려 국내여론이악화한 상태여서 납치문제의 선(先)해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차관보의 지난주 방북으로 성사된 북-일 고위급회담에서 핵과 미사일 등 안전보장 문제에 진전이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미국이 일본정부에 대해 `엄격한' 협상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오는 26일부터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의 가이드라인'을 일본에제시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반면 북한은 양빈(楊斌)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이 중국측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는 등 경제개방 정책에 급제동이 걸린 상태이기 때문에, 북-일 정상회담에서기본골격에 합의한 경제협력의 조기실현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