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용 소장의 발언은 용기있는 행동이며 그를 해임시킨 것은 부당하다." "국방부의 방침이 잘못 됐더라도 폭탄발언과 같은 방법이 최선이었는지 의문이다." 6백50만명의 예비역 군인을 회원으로 둔 재향군인회 창설 50주년 행사가 열린 8일 낮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그랜드볼룸. 기념식에 참석한 9백여명의 퇴역군인들은 여기저기서 한철용 전 통신감청부대장의 폭탄발언을 놓고 즉석 토론을 벌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축사를 끝내고 퇴장하자 퇴역군인들은 오랜만에 만난 옛 전우들과 삼삼오오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맘속에 있던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재향군인회 임영일 제주도 회장(62.예비역 병장)은 "북한의 특이사항에 대한 정보보고를 국방부 장관이 묵살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한 소장의 폭탄발언은 정치 때가 묻은 일부 군 관계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용기있는 행동으로 그를 해임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옆 식탁의 박 장 강원도 회장(71.예비역 일병)도 "현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퍼주기식' 정책을 펴고 있다는게 재향군인회의 중론"이라며 "잘잘못은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번 일은 '높은 분'에게 잘 보이기 위한 국방부 장관의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행사장 앞자리에 앉은 역대 장성급 예비역들의 반응은 달랐다. 백석주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예비역 대장)은 "한 소장의 행동은 소신에 따른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하지만 군으로서는 우리 군이 북의 암호를 해독할 능력을 가졌다는 기밀을 폭로한 장본인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예비역 준장도 "한 소장의 용기있는 행동에는 감명받았지만 국방부의 보직해임 조치는 상명하복이 생명인 군으로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택.홍성원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