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부에서 `이회창-김종필(JP)연대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양당 핵심지도부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나 당대당 통합론에서부터 12월 대선 공조체제 구축, 원내교섭단체 수준의 강한 연대, 느슨한 정책연대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대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논의는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 답보현상을 해소하고 충청권 장악을 통한 대세론을 굳히려는 한나라당과, 정치적 활로를 모색중인 자민련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서 출발한다. 사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지난주 중반부터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물론 회의 내용과 대 자민련 접촉 및 연대추진 방식 등은 일체 비밀에 부쳐졌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구설수를 우려, 지난달 30일 고위선거전략회의에서 "앞으로 자민련과의 관계에 대해 당내에서 여러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도 중앙선대위 대선기획단 내부에선 "대선구도를 안정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선 JP와의 연대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 후보 지지층의 결집도가 워낙 높아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한 흩어질 우려가 없는 만큼 JP와의 연대를 통해 충청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이에 따라 대선기획단은 이 후보에게 "JP를 적으로 만들어선 안되며 연대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3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정몽준 후보의 충청권에서의 높은 지지도, 이번 국감에서의 한계 절감 등이 JP와의 연대 필요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근도 "지금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과거 `DJP 연대'와 같은 고강도의 연대는 생각할 수 없고 다만 JP와 느슨한 정책연대는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기류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우선 JP의 정치적 노선에 반발, 자민련을 탈당해 한나라당에 입당했던 김용환(金龍煥) 선대위공동의장과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을 설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 대표는 지난주말 극비리에 국회 의원회관으로 두 의원을 찾아가 JP와의 연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당내 분위기를 전달하고 의중을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두 의원은 "객관적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자민련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면 (연대에) 동의할 수 있지만 현단계에서 자민련과 연대한다 해서 대선에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 의원은 이 후보를 직접 만나 "자민련과 연대하지 않으면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상황이면 (연대에) 내가 앞장 설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건의했고, 이 후보도 "지금으로선 JP와의 연대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후보자문회의 의장인 양정규(梁正圭) 의원은 "당내 공감대가 이뤄진바 없다.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신경식(辛卿植) 대선기획단장도 "JP와 연대방안 논의는 그야말로 논의 수준이었지 결론을 내린게 없다"며 "지금 JP에게 만나자고 제의할 단계도 아니고 충청권 분위기도 옛날과 다르지 않느냐"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 핵심측근도 "JP와 연대하면 충청권 지지율은 분명히 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다른 지역과 젊은 세대의 강한 반발기류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JP와의 연대에 거부감을 피력했다. 대전을 방문중인 이 후보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JP와 공조추진'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심한 역정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일(金榮馹) 총장도 선거전략회의에서 "자민련과의 공조 운운하는데 당에서 그런 결론을 내린 바 없고, 대선기획단에서 방침을 정해 후보에게 그런 건의를 한바도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런 강한 부인이 JP와의 연대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은밀히 추진하던 일이 언론에 공개된데 대한 불쾌감의 표시인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회창-JP 연대' 가능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cbr@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안수훈기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