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의 25일 금융감독원 감사에서 정부가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산업은행을 통해 현대상선에 대출한 4억달러(당시 환율기준 4천900억원)가 현대아산을 거쳐 북한에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모월간지 5월호가 미국의회보고서 등을 토대로게재한 기사내용을 거론하며 "여기서 제기된 금강산 관광사업 관련금액 외에 4억달러 웃돈 제공의혹이 추적결과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 의혹을 제기했다. 엄 의원은 이어 엄낙용 산업은행 전 총재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서 "현대상선이 2000년 6월7일과 28일 각각 4천억원과 900억원을 대출받아 현대아산에 제공했고,이 돈이 다시 북으로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엄 전 총재는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 `우리회사가 사용한 돈이 아니어서 갚을 수 없고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그 돈이 북으로 갔는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선 말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별관에서 당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과 진념 경제부총리,이근영 금감원장을 함께 만나 이런 상황을 알렸고, 김보현 국정원 대북담당 3차장도만나서 따로 알렸다고 덧붙여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엄 의원은 "현대상선은 장부에는 자기들이 쓴 돈으로 해놓았는데 분식회계 아니냐"고 따졌고 이에 이근영 금감원장은 "회사 입금으로 잡았다가 다른 데로 갔다는것과 분식회계는 다르다. 대출금이 용도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엄 의원은 또 이근영 금감원장에게 "당시 대출에 반대했으나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압력을 받아 대출을 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이 원장은 "대출시점을전후해 만난 적이 없다"면서 압력주장을 부인했다. 이어 같은 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전인 2000년 5월 현대건설도 자금담당 이사인 송모씨가 동남아에서 북으로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있다"면서 송씨의 증인채택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계속됐지만 이 의원의 발언은 추가증거나 증언이 없어 일방적인 의혹제기에 머물렀다. 또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당시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여러가지 돈을 갖다줬다.정상회담이 예정보다 하루 늦어진 것도 (약속한) 돈을 다 주지못해서"라면서 "그중하나가 4억달러인데 다 증거를 갖고 있으며 실제는 그보다 훨씬 엄청난 돈이 건너갔다는 것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관계 심부름을 하고 여러가지 일을 한 사람이 바로 일본인 요시다"라면서 `요시다'라는 인물에 대해 정무위 차원에서 증인채택 의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현대에 대한 대출을 통해 북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이어지자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우선 현대상선이 대출금 4천억원(1차)중 1천700억원을 변제한 사실을 확인시켰다. 박 의원은 이어 엄낙용 전 총재를 상대로 상환과정을 질문, "현대상선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냄으로써 `정부가 대납, 변제했다'는 의혹을 일단 잠재웠다. 이근영 금감원장도 "당시 현대가 `왕자의 난'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생겼고 `삼성이 현대를 죽이려 한다'는 말도 돌았다"면서 "현대상선 대출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일뿐"이라며 엄 의원 등이 제기한 `무리한 대출'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