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무소속) 의원은 25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 자신의 대선출마 이유와 정국 현안 및 정책 등에대한 입장을 밝혔다.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유연채 KBS 해설위원, 하남신 SBS 사회1부장, 김경한 YTN 경제1부장, 양기엽 CBS 정치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그동안 무소속이라는 안전지대에서 혼탁한 정치현실에 대해 침묵한 것 아닌가. ▲국정 현안이 있을 때 나름대로 의견을 말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활발하게 발언했고, 기회가 되면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 무기력이 심한 정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출마키로 했다. --준비된 출마가 아니라 월드컵 4강 진출 등을 감안한 기회주의적 발상 아니냐. ▲월드컵이 끝난 뒤 "출마를 기피하면 정치인, 국민으로서 자격이 없으며,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당 창당을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통합이라는 숭고한 사명에 국회의원들이 동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확정된 분은 많지 않지만 내달 하순에는 많은 전.현직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생각한다. 의도적인 창당 지연은 사실이 아니다. 내부에서 혼선이 발생한 데 대해 반성한다. 전속력을 다해 창당을 서두르고 있다. --정치개혁을 말하지만 접촉인사를 보면 뒷걸음 치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이 되면 현역의원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원을 개혁, 보수, 청빈, 부패 등으로 구분할 생각 없다. 국회의원을 존중하는 것이 그분을 뽑아준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화할 시간이다. --국민통합을 위한 정책대안. ▲연세가 많은 분들의 지지도 받도록 노력하겠다. 계층간 갈등은 주택, 의료, 교육정책을 통해 해결하겠다. 가장 화급한 것은 지역대결구도를 타파하는 것이다. --검증과정에서 '정풍(鄭風)'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지금은 언론에서 매일 검증하는 미디어 시대이다. 도덕성 검증, 생존능력 검증, 대통령 자질능력 검증이 필요하다. 대통령직의 특징은 사람보다 자리가 크며, 예행연습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강하고 일을 빨리 배우는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의정활동에서 부끄러운 점수를 받았는데. ▲15대 국회 본회의의 80%는 일당의 요구에 의해 일방적으로 소집된 방탄국회, 절름발이 국회라는 통계가 나왔다. 무소속이므로 그런 본회의에는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는 나같은 무소속 의원을 야단칠 게 아니라 국회를 공전시킨 여야 책임자를 엄격하게 야단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의원에 대해 국민이 갖는 인상은 뭐라고 생각하나. ▲축구협회회장, 부유한 아버지를 둔 사람, 정치인 순이라고 생각한다. --돈과 명예를 갖고 있으면서 권력을 위해 출마했다는 지적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봉사하는 자리이다. 경제력이 있으므로 봉사하는 공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이란 시각은 피할 수 없지 않느냐. ▲지금 재벌은 과거와 틀리다. 재벌이란 단어는 일본이 만든 단어이다. 이젠 대기업 호칭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10년전 대선에 출마한 부친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차이점은. ▲아버지는 나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 아버지는 일생 기업인이었고, 난 15년간 국회의원을 하며 공직에 봉사했다. --만약 한국 축구가 월드컵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출마했겠느냐. ▲친한 친구가 '월드컵을 유치못하면 이민가라'고 하고, 유치한 뒤엔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면 이민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민 안가고 출마하게 된 것을 이 시대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직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직을 내놓을 의향은. ▲FIFA 부회장직은 아시아에 한명 밖에 없는, 30억 아시아 인구를 대변하는 책임있는 자리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공명선거가 안된다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축구협회장직도 공명선거에 부담이 되면 계속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연택 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과의 불협화음 등 인화력에 대한 지적이 있다. ▲앞으로 덕이 있고, 인간미가 풍부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가혹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많이 반성한다. 나라에 필요하다면 가까운 사람에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며, 내 자신에게도 엄격하도록 할 것이다. 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 2명이 상의해 똑같이 해라, 합의 안되면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물어보라고 하는 것은 조직위를 무책임한 기구로 전락시킨 일이다. --현대중공업 주식 문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배당 등 주식으로 인한 이득을 대통령 재임중 한푼도 안늘리겠다는 것이다. --신탁이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특정 기업과 산업을 도와주기 위해 출마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아니다. --지난 91년 현대중공업 주식 650만주를 변칙 증여받지 않았느냐. ▲처음 듣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입했으며, 25년간 증자에 계속 참여, 오늘의 지분을 형성했다. 대규모 증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확인해 보겠다. --이로 인해 세금 44억원이 추징됐는데. ▲모르겠다. 정부가 세금을 추징했다고 불법이나 변칙이라고 할 순 없다. --99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전혀 몰랐나. ▲금융감독원이 어느 거래행위를 볼 때 도덕적 기준으로 보는 것도 있고, 법률적 기준으로 보는 것이 있는지...그야말로 또다른 조작이 아닌가 싶다. --최근 현대중공업 지분을 담보로 500억원을 융자받았다는데 신당자금 아니냐.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현대그룹의 계열사로 있다가 2년전 분리했다. 당시에 내지분이 8%여서 안정적 경영지분 확보를 위해 11%가 필요해 3%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대출받은 것이다. --선거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아산재단에서 조달하나.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다. 가능하면 후원회비, 당비로 조달할 생각이다. 필요하면 큰 돈은 없지만 개인 돈이 있다. 당선되는 게 목적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는 안한다. --생모 문제와 관련, 자세하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출마선언할 때 말한 게 전부다. 대통령이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할 능력이 있느냐에 관심을 갖고 뽑지, 주간지나 잡지에 난 것을 갖고 뽑는 것은 아니다. --'승리의 여신은 젊고 잘 생긴 사람을 선택한다'고 말했는데. ▲승리의 신은 여신이고, 여신은 젊고 씩씩한 사람을 좋아한다. 저는 씩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씩씩한 사람은 대개 잘 생겼다. --출마선언후 현대 계열사 노조가 반대성명 냈는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그런 성명 안냈다. 성명을 낸 여러 계열사 노조도 나중에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울산에서 4선을 했다. --작고한 부친이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었는데. ▲노력하면 가능하다. 아파트를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택지확보인데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고 땅이 부족하지만 정부가 아파트를 많이 공급했다. 우리는 싱가포르보다 여건이 좋다. --금리논쟁에 대한 의견은 ▲현 상황에선 금리 논쟁을 심각하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시중에 통화가 많이 공급됐고 이 때문에 아파트 값이 올랐고 금리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유럽 모두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고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면 유가도 오를 것이다. 전 세계적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벽 설치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빈민층과 고소득층간 불균형 해법은. ▲가난한 것은, 좋은 교육을 못받았거나 신체적 질병이 있거나 집이 없어 주택비용에 시달리기때문이므로 이에 대해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한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교육과 중소기업 창업으로 역동성을 유지해야 한다. --고등학교 평준화 폐지를 주장했는데 폐지후 복안은. ▲자립형 사립고는 미국으로 말하면 명문사립고인데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고 재정지원을 할 능력이 있는 재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당분간 특수목적고를 활발히 해야 한다. --6.25 이후 납북자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는 문제에 대한 입장은. ▲70, 80년대 초반까지 외국에 나가보면 북한의 정부가 정통성 있고 우리는 약하고, 북한 정부가 도덕성 있고 우리는 군사정부여서 도덕성이 없는 것처럼 돼 있었다. 이런 현상이 반전된 것이 우리가 북한에 쌀보내고 지원하면서부터다. 인도적 지원을 하는 만큼 우리도 인도적인 의제는 당당히 꺼내야 한다. --탈북자 대책은. ▲지난 75년 월남 패망 당시 보트피플 문제를 미국이 주도해 국제협약을 만들어 여러나라가 부담을 분산해 해결했다. 탈북자 문제도 미국과 일본, 몽골, 중국 등의 국제협약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지원 여부는. ▲유엔 결의에 따라야 한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공격할 때는. ▲국민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다. (정 의원 본인의 생각은?) 아프간 전쟁 때 의무병을 보낸 정도는 고려할 수 있다. --재벌 출신이어 친재벌 정책의 우려가 있다. ▲대기업과 정권 관계가 법이 지배하는 객관적 관계라면 아무런 문제 없다. 대기업과 정권이 관계가 좋다, 나쁘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대기업은 돈이야 있지만 힘이 없어 그런 현상이 나온다. 정권이 잘하면 금방 해결될 것이다.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은. ▲쌀 생산 소득이 농가소득의 절반인 만큼 시장 개방에 신중해야 한다. 개방하더라도 관세보다는 쿼터제가 낫다고 본다. --네거티브 캠페인 끝까지 안할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할 수 있나.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다. 경쟁자들이 저에게 험한 말하는데, 국민이 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까 염려되지만 없는 말이나 과장해 말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국민은 다 구별할 능력이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어떻게 보나. ▲정부는 언론사세무조사를 하면서 개혁이라고 말하는데, 남이 해주는 것은 개혁으로 볼 수 없다. 어느 신문사는 많은 과징금 받았는데 재판과정에서 다 해소됐다.그런 것을 보면 무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족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못받을 것으로 생각하나. ▲현대자동차가 정경분리를 선언했는데 우리 정치의 서글픈 현실이다. 대선에서 성공못하면 형제, 친척 기업이란 이유로 어려운 일 당할까 겁먹어서 그런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